엊그제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타운이라는 한 자그마한 마을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한 20대 청년이 무차별 사격으로 20명의 어린 생명들과 6명의 교사들을 죽음으로 몰았다 한다. 이 친구는 일 벌린 뒤 자살했다 하고. 정신이상자라 하던데, 하나마나 한 소리다.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 어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이를 빌미로 무기소유 내지는 구입 제한에 대해 다시금 말들이 오간다 하던데, 내 나름대로 미국이란 공간에서 머물고 싶지 않은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무기소유의 자유를 개인의 자유 보장이라는 미국 전통(?)과 직접 연결지으며 따라서 무기소유 내지는 구입이 자유로와야 한다고 울부짖는 모습 말이다. 이게 또 통하는 나라고. 심지어 이번 사건 직후 한 무기업자 측이 던진 소리가 부끄럼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가 미국이다: 무기소유를 지금보다 더 자유화시켰다면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교사들이 학교에서 무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면 그 범인을 쏘아 죽일 수도 있었다 라는 소리다. 상대방이 총을 쏘면 재빨리 이에 맞 쏴야 옳지 왜 무기 소유를 하지 말라고 떠드느냐 이 소리다. 왜 쏴 죽이는 자유를 억제하려느냐며 따지는 소리로도 들린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무기업자 로비의 막강함에 밀려 무기판매 제한법에 제대로 손을 내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랬다간 다음 선거에서 낙선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니 자기들의 정치적 생명과도 직관되는 일이다. 오바마 역시 이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권총은 차치하고라도 미군이 실제 전투에서 애용한다는 중장비 무기 구입은 제한하자 해도 통하지 않는다 한다. 허나 이번 사건의 어처구니없음이 그 도에 있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 예닐곱 살 아이들 20명이 총에 맞아 죽었고, 그것도 이 중 한 아이는 11발을 맞았다는 의사의 보도다, 그 어린 몸에 11발의 총알이 박혔다 한다 - 오바마 역시 재선에 대한 걱정을 접을 수 있어 뭐인가 새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점치고프다. 덧붙여 점차 많은 미국 사람들이 이런 제한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다 하니 기다려 볼 일이다. 어릴 때 봤던 벤허라는 인상 깊었던 영화의 주인공 찰튼 헤스턴을 꽤 좋아 했었는데 이 사람이 무기제조업체 로비의 선두주자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곤 그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
독일에선 이 사건 이후 각 신문방송 매체의 첫 기사로 뜨고 있는데 대한민국 사회에선 내일 모레 닥아온 대통령 선거로 맥을 추지 못하는 듯하다. 박근혜와 문재인이 초박빙을 치루고 있단다. 박근혜가 40% 넘는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다는 보도에 내 사반세기 독일 생활로 대한민국 사회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어찌 이런 모습으로 대통령 후보로 설칠 수 있는가 말이다.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태생적 조건이 내가 보는 상식적 눈으론 후보로도 나설 수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그 믿기지 않는 지지율을 자랑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쨌거나 지난 오년간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국민 과반수 이상이 인정하고 있다 하니 그럼 정권교체가 이번 선거의 최고 명제로 떠올라야 하고 더불어 두 진영들 중 어느 쪽이 이명박과 더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따지면 답은 뚜렸한데, 여론조사를 보면 오히려 틀린 답이 판을 친다 하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민국 사회는 한국적 특수사회라 그런가 보다 여긴다.
나라 땅에 해를 끼치고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등 이명박 내지는 그 정권이 저지른 잘못들 중 내 가래를 가장 들끓게 하는 것은 검찰의 부패상이다. 법을 보호하는 의무를 띈 자들이 오히려 법을 어기며 그것도 조폭과 누가 더 깡패짓을 더 실하게 부리냐며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대한민국 검찰이 보인다. 그럼 누가 이들을 감옥에 쳐 넣을 수 있을까? 이명박은 자기한테 주어진 승진권을 십분 발휘해 자기한테 아부하는 자들로 검찰 수뇌부를 꾸렸다는데,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부패상의 초췌함이다. 근데 이명박이야 원래 장사꾼이었으니 그렇다 하고, 검사가 되기 위해 젊은 시절 남들은 연애하고 춤추며 놀 때 자기는 고시촌 등에서 때론 밤 새우며 그 어려운 공부를 한 사람들이 겨우 이 짓거리하고자 했는가 생각하면 소위 떡검들이 사뭇 불쌍히 보인다. 그것도 소위 명문대학 출신에 남들로부터 똑똑하다는 소리 들어가며 자부심을 키웠겠건만 지금 그 모습에 자식들한테 부끄럽지 않을까? 최소한 측간에 앉아 있을 땐 혼자일텐데, 똑똑하다는 사람들 이런 생각에 섬짓하지 않을까?
지난 주말까진 눈이 연일 내리더만 주말부터 오늘까지 계속 비가 내린다.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날씨, 내 마음에 따뜻한 불을 지피고자 욕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