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가 거둔 승리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들린다. 여성의 힘이 미국 대선판을 흔들었다느니 하며.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단지 이즈음 한국 대선에서 여성 대통령이 어떠냐 식의 말이 나오니 이 점을 특히 강조하는 신문 기사라는 인상이 짙다. 박근혜의 얄팍하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한 말, 내가 여자이니 나를 찍어 줘요 하는 말에 혹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니 내 할 말이 없다. 그건 그렇고,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이길 수 있던 이유는 오히려 반대당인 공화당의 약점에 결정적 원인이 있다 보인다. 한 마디로 이 보수당 고리타분하다. 정치적 무리가 세상의 변화에 걸맞게 스스로를 움직이지 못하니 말이다. 기득권에 기댄 채 경직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 당을 뽑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 많은 백인들이란 분석이 나왔다. 달리 말하자면 미국 시민들 중 흑인, 남미출신, 동양 출신, 여자들, 젊은 사람들의 과반수 이상 많은 표들이 민주당으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정치적 세력으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 신세력들에게 보수당인 공화당은 문을 여적 활짝 열지 않고 있다는 자체 반성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시기에 봉착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미숙하다는 오바마가 재당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선과 동시에 중국 또한 우두머리를 바꿨다. 일당 독재가 판치는 나라가 자기네들의 우두머리를 바꾸는 모습이 미국의 대선 모습과 화악하니 비교가 된다. 우리와 그래도 역사적 내지는 문화적으로 미국보다 더 가까운 나라이기에 안스러운 마음 감추기 더욱 힘들다. 공산주의를 이미 오래 전에 팽개쳐 버린 공산당이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폐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기에 민망할 따름이다. 일부 최고 간부들의 재산 모으기 열풍,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차이, 심지어 전체 중국인들의 1%도 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 중국 돈의 얼추 70%를 차지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남한보다 더 형편없으니 말이다. 이 판국에 새로 추대된 공산당 우두머리가 하는 소리 들어보라. 몇년 이내로 모든 중국인들의 재산을 두 배로 늘려주겠다는 약속을 서슴없이 던진다. 어쩌면 바로 옆나라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돈 더 벌게 해주겠으니 대통령으로 찍어달라 하니 그러지요 하는 선거를 통해 당당히 당선되는 꼴을 봤던 모양이다. 선거를 왜 치루냐 시방 이 말이다.
중국인들 역시 정치적 개혁을 바란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미국 마냥 양당제 내지는 다당제를 이뤄 민주주의 선거를 하자는 주장을 펼치진 않고, 단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지고 사회보장제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라 한다. 쪼께 답답하긴 하다. 아니, 공산주의와는 아주 거리가 먼 공산당이 일당 독재로 그 큰 나라를 독식하고 있는데 이에 진정한 공산주의를 실천하는 진공산당을 출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말이다. 아니면 아예 솔직하게 자본당을 만들던지. 이주 노동자들이 많다 하니 이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노동당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당을 내세울 수도 있고.
몇년 후에 미국 경제의 크기를 능가하리라는 중국 경제다. 경제적 발전이 과연 정치적 답보 상태에서도 계속 가능한지, 아니면 경제적 발전이 정치적 발전을 동반하는지 조심스레 살펴 볼 일이다. 경제적 발전이 정치적 발전 없이 가능할 수 있다 하나 거꾸로 정치적 발전은 경제적 발전 없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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