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익은 똥

서동철 2012. 5. 11. 17:41



뮌헨에 살 땐 올림픽공원에서 뜀박질을 즐겼다. 몇년이래 뜀박질도 산행과 마찬가지로 붐이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공원을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그리 많은 사람들이 뛰지 않았다. 그 때부터 달리다 서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 나눴던 친구, 지금도 달리고 있는지 사뭇 궁금하다. 마라톤은 자기한테 너무 힘들다며 내게 마라톤 잘 뛰라며 응원을 보냈던 사람이다. 올림픽공원 조거 구루들끼리 만나는 모습이었던 게다. 


이 곳 시골로 이사온 뒤에도 당연 뜀박질 즐기고 있다. 산이 있고 호수가 있는 지역이라 몇몇 사람들은 산으로, 몇몇은 호숫가에서 달리는 모습을 본다. 나는 산에선 절대 뛰지 마라는 입장이다. 산은 천천히 거닐며 꼭꼭 씹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마찬가지다. 요즘 스피드하이킹 운운하며 옷 선전 신발 선전 해싸대는 모습 보는데, 적지 아니 거시기 하다. 특히 내려갈 때 달리곤 하는 사람들을 가끔씩 보는데, 똥 마려워 그런가? 똥, 사실 이즈음마냥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는 때면 똥 때문에 뜀박질에 지장이 적지 않다. 호숫가 옆에 화악하니 펼쳐져 있는 초원 내지는 밭들 사이를 달리는데, 농부들 이즈음 땅 키우느라 퇴비 뿌리기에 바쁘다. 똥냄새 말이다. 근데 똥도 다 같은 똥이 아니다. 제대로 익은 똥은 때론 구수하기까지 하다. 반면 설익은 똥은 그 냄새가 매우 공격적이다. 쏜다고나 할까. 코를 마구 찌르니 말이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다. 제대로 익은 똥은 그 냄새에 이런 날카로운 구석이 없고 두루뭉실한 모습을 보인다. 어찌 보면 포근히 감싸는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속에 빠지고픈 마음이 솟구치진 않지만. 


아무러하든 허나 설익은 똥냄새도 팍팍 풍기는 여성 향수 냄새보다는 낫다. 최소한 뜀박질하기에 그렇다는 소리다. 뮌헨 올림픽공원에서 뜀박질할 때 가끔씩 맡아야 했던 이 냄새는 숨을 탁하니 막는 고약한 놈이다. 숨길이 완전 차단되니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설익은 똥냄새도 이 정도로 공격적이지는 않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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