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카프카와 개

서동철 2012. 6. 5. 19:21



카프카가 자신의 일기장 한 구석에서 개들을 짖는 모습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장한다. 대두분의 개들은 무턱대고, 아무 이유없이 짖는 반면 몇몇 개들은 일단 상대를 탐색하며 냄새를 맡은 뒤 만약 그 냄새가 자기한테 새로울 경우 짖는다고. 그는 이러한 개들에 심지어 ‘이성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덤비더라도 뭘 알고 덤비는 경우와 무댓보로 덤비는 경우의 차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토론을 할 때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제대로 듣지도 않고 반박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일단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나름대로 이해한 뒤 이에 차분히 반박을 하는 경우가 있다. 목소리 큰 자가 이기는 경우와 논리정연한 자가 이기는 경우의 차이라고나 할까. 


덧붙여 이런 개들도 있다: 자기 옆에 있는 개한테는 짖지 않으면서 길 건너편에 있는 개한테는 목줄 끊어져라 짖어대는 그런 개들 또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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