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무척 반가운 이즈음이다. 올 유월 축축한 날씨가 연일 이어진다. 변화가 심하다. 그래 이즈음 비 맞으며 조깅 하고 천둥 번개 치지 않으면 산에 간다. 날씨가 내가 하는 일에 맞추어주기를 바라느니 나를 날씨에 맞춘다. 당연하다.
어제 저녁땐 허나 햇님이 방긋했다. 호숫가 옆 초원 길 따라 조깅을 하다가 항시 잠깐 걸음을 늦추며 코를 풀고 멀리 산을 바라보는 곳에 다다랐다. 햇볕의 따스함을 흔껏 만끽하며 이런 저런 생각에 발길을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자전거 벨이 울림과 동시에 나이 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놀라지 마세요, 나 자전거 타고 지나칩니다 -
헬멧을 착용한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나를 막 지나칠 참이었다.
- 생각에 잠겨 있으면 지나치는 자전거에도 깜짝 놀라곤 하지요 -
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천천히 발길을 옮기고 있던 나는 사실 쪼께 놀라긴 놀랐다. 허나 만약 그 할머니가 아무 말없이 그냥 지나쳤다면 분명 화들짝 놀랐을 게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이를 이미 경험했기에 빠른 답변을 던질 수 있었다.
-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그 사람이 보이는 모습에 걸맞는 배려를 하는 마음이 퍽 인상적이었다. 고마왔다. 나이가 듦에 따라 이런 사람들이 만약 드물지 않다면 최소한 결코 많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살고 있기에 내겐 더욱 소중한 순간이었다. 따스히 내리쬐는 햇볕 때문인가 잠깐 눈시울이 뜨거워졌음을 느꼈다.
햇님께 내 고마운 마음을 아울러 전하고 미소를 머금고 힘차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