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돼지찌개

서동철 2012. 4. 22. 17:01



돼지찌개를 아십니까? 생소한 이름이죠? 바로 흔히들 말하는 김치찌개를 저와 제 친형은 어렸을 때 그리 불렀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 찌개에 들어 있는 김치보다는 오히려 돼지 고기가 훨씬 더 중요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돼지찌개지 그게 어디 쉰 김치에서 따온 김치찌개입니까? 

하여튼 이 돼지찌개 나온 날은, 그 날은 저와 제 형한테는 피 튀기는 날이었죠. 아, 지금도 그 처절한 싸움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서로 먼저 왕건이 건지겠다고, 그리고 조금 더 많이 먹겠다고 문자 그대로 이마빡 부딪쳐 가며 게걸스럽게 쑤셔 넣었던 그 아름다운 추억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자랑스런 돼지찌개가 사실은 돼지찌개가 아니라 김치찌개라는 공식 명칭으로서 불리우고 있음은 훨씬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터진 그 이마빡의 상처가 완전 아물었을 때 말입니다. 그때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왜 나와 형은 세상 모르고 이를 돼지찌개라 불렀을까? 당연 저와 형한테는 돼지고기가 김치보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훨씬 소중했고 무지 사랑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희들이 김치 갖고 그런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면 당연 이를 김치찌개라는 공식 명칭에 맞게 불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러니까 - 돼지 고기였습니다. 

아니면, 

...... 

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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