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팀이 우승을 차지한 사실을 통상 이렇게 표현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결승전에서 만난 그 당시의 헝가리 축구팀은 그 당시 4년여 동안 무패를 자랑하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강팀이었으니 말이다. 이에 전후 복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축구팀이 결승에 오른 것만도 기적인데 어찌 그 대망의 컵을 손아귀에 쥐어보리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결과부터 말하자. 기적이라 불리듯 독일이 이겼다. 삼대 이로, 전반전에는 이대 이, 후반전에 독일이 한골 더 추가했다. 전반의 이대 이 역시 경기 시작하자마자 헝가리 팀은 역시 강팀답게 두 골을 먼저 넣었지만 독일이 이를 짜장 기적적으로 따라잡고, 후반엔 더 기적적으로 역전골을 터뜨린 것이다.
전후 독일 스포츠 사상 최대의 사건이라 일컬어지는 독일의 스위스 월드컵 우승은 단순히 스포츠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후 폐허가 된 나라를 복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독일 국민들에게 이 우승은 엄청난 심리적 응원으로 등장했다. 비록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에 졌고 고픈 배 움켜잡으며 복구 작업에 눈코뜰 새 없으며 유대인 학살 등으로 전범 재판에 이어지는 죄의식에 움츠릴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 또한 무엇이다, 뭐인가 긍정적인 것을 해낼 수 있다, 세계 무대에서의 정정당당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민족이다 하는 민족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효과 만점의 역사적 사건이었던 셈이다.
덧붙여 그때 당시의 축구 영웅들은 지금의 프로 선수들과는 성격을 달리했다. 지금의 프로 축구에서 맛보기 힘든 선수들과 팬들의 가까움, 서로 간의 인간적 교류를 통한 같은 동아리에 속한다는 느낌, 쉽게 말해 우리 주변의 너와 그가 바로 그때 당시의 선수들이었다. 따라서 그 우승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축제였던 셈이다.
단지 한 가지 곱씹어 볼만한 사항이 있다. 그때 당시의 동독인들은 이러한 서독의 우승을 어찌 보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헝가리가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편으론 서독 역시 전전의 한 나라 국민으로서, 같은 민족으로서 이를 응원함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또 다른 한편 사회주의가 제창하는 국경을 넘어서는 이념적 동지의 우애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는 당연 헝가리를 응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TV에서 그때 당시 열살 남짓했던 현재의 한 독일 프로 축구팀 감독의 회상을 들었다. 이 양반은 동독에 살았다. 어린 마음에 서독이고 동독이고 나발이고 독일이 이겼다는데 너무 기뻐 소리 지르고 질렀더만 옆에서 사회주의 앞세우며 조용히 할 것을 강요하며 협박을 가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한다. 민족보다 이념이 우선이라는 소리다.
북한인들은 우리가 중국하고의 축구 경기에서 이겼을 때 분명 우리를 응원했으리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