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열정을 품고

서동철 2010. 3. 28. 03:45

어떻게 살까 하는 물음에 열심히 살어 하며 대꾸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겪는다. 나 역시 이를 간혹 보였다. 열심히 산다? 뭘 해도 상관없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사실 또 그렇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죄를 짓지 않는 일이라면 동냥을 하든 은행매니저가 되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근데 사실 이 '열심히'에도 질의 차이가 있다. 예컨대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한테 열심히 공부해 하면 어린 나이에 그런가보다 하며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내심에서 솟구치는 욕심을 품고, 쉽게 말해 재미있어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도 있다. 만약 후자의 뜻에서 '열심히'를 풀어 얘기한다면 니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하라는 소리와 진배 없다. 근데 문제는 나이 들어 이리 살기가 쉽지 않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다 커서도 지 하고 싶은데로 하며 살기가 쉬운가? 돈도 벌어야 하고, 국가나 지역 내지는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 어쩔 수 없이 떠맡아야 하는 임무 내지는 의무에 충실해야 하고 등등. 그래 진짜 지 멋대로 살고자 한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설득력이 있는 게다. 자기 삶을 꾸림에 있어 어디에 가장 큰 비중을 매기는가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집중과 이에 따르는 포기를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 삶에서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뭐 그런 심정 말이다. 


나는 이를 종종 본성 즉 자기 본래의 모습에 걸맞게 산다는 말로 그린다. 물론 이를 위해선 그 모습이 무엇인지 우선 알아야 한다, 최소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설사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해도 밖으로 튀어나와 바라 볼 수 있는 모습에 빗대어 얘기한다면 -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신이 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신명나는 춤을 출 때 춤사위 하나 하나에서 뻗치는 그 힘이라고나 할까? 이를 '열정적인 삶'을 꾸린다, 열정을 품고 일하는 모습으로 그리고자 한다. 기분 내키면 '미친 듯 산다'라고도 지껄인다. 그런데, 아이답게 말고 어른스레이 열정스러움을 말하고 싶다. 또 뭔 말이냐?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 경우 자기통제. 열정적이라 해서 앞으로만 돌진하듯 나아감이 아니라 이 와중에 뒤로 잡아땡기는 자제력, 따라서 나아감과 땡김이 벌리는 팽팽한 긴장감을 누릴 수 있는 바로 그런 열정적인 삶을 뜻한다. 책임감이 포함된 자유와 그렇지 않은 자유 즉 방종의 차이라고나 할까? 환호 역시 이에 견주어 말하자면 울고불고 악쓰는 환호보다는 이를 꼭 누르는 듯한 침착함이 섞여 있는 환호가 내게는 훨씬 더 싱그럽다. 터질 듯 말듯 허나 끝내 터지지 않고 이어지는 꽉 찬 마음, 감도 이런 때가 제일 맛있다. 


이러한 열정을 품은 삶은 허나 적절한 거리감,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만드는 틈이 없이는 꾸리기 힘들다. 바로 이 틈을 통해 팍 터지는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지려는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 삶에 지향점을 찍는 은근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게다.  

고백컨대, 이리 쿨하게 살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허나 올바른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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