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는 서기 전 551년부터 479년까지 숨을 쉬었다. 붓다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래의 통설은 서기 전 562년부터 서기 전 483년까지 세상에 발을 디뎠다고 말하고 있으나 근래 인도학 학자들은 이보다 훨씬 후로 그 시기를 잡고 있다. 독일의 불교학자 Schumann은 아직 확고히 자리잡지 않은 주장이니 일단 종래의 통설을 기준으로 하고 수정 가능성에 염두에 둠을 권고한다. 소크라테스는 서기 전 469년부터 서기 전 399년까지 살았다.
이러한 세계 소위 삼대 성인들 외에 고대 그리스에는 소크라테스 이전에 이미 파피루스에 자신들의 예술작품들을 남긴 예술적 성인(?)들이 있다: 호머는 추측에 서기 전 8세기 말에 살았다 전해지며 아이스킬로스는 서기 전 525년에 태어나서 서기 전 456년에 죽었다. 핀다르는 서기 전 522 내지는 518년에 태어나 서기 전 445년에 눈을 감았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소포클레스는 서기 전 496년에 귀가 떨어진 후 서기 전 406 내지는 405년에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이에 반해 동양에서 가장 오래 된 글이라는 시경은 서기 전 10세기 은말 주초부터 춘추중엽인 서기 전 6세기에 걸쳐 모은 당시의 민요이며 글자로 남기 시작한 연대는 서기 전 6세기라 추정되고 있다. 주나라 시대 서기 전 10세기에 글자로 남겼다는 설도 있다.
허나 호머 이전, 그것도 1700여년 전에 이미 고대 남부 바빌론의 수메르에서 길가메쉬 서사시가 쓰여졌다. 작자미상이나 그 내용의 철학적, 예술적, 신화적 가치 등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글이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 삼대 성인들보다 훨씬 이전에 썩 훌륭한 가르침을 남긴 선현들이 살고 있었다. 단지 이들은 자신들의 세 후배들보다 그 후대에 미친 영향에 있어 왜소해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가르침 자체가 그만큼 상대적으로 형편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꿰뚫어보면 볼수록 이 옛사람들이 전하는 가르침은 그 강한 힘과 향긋한 내음을 보다 더 뚜렷이 뽐내며 선보인다.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소크라테스 이전에 대한 철학적 예술적 연구가 사뭇 적지않은 사람들에 의해 천착되고 있다. 예컨대 핀다르의 가르침은 휄덜린의 시예술을 파격적으로 심화시켰으며 나아가 벤야민의 철학적 성숙에도 떼어버릴 수 없는 여파를 던졌다. 소포클레스는 또 어떠한가? 그의 가르침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요, 하시라도 빨리 되돌아감이 차선이니라”는 가르침은 유럽 철학과 예술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심심찮게 엿볼 수 있는 사상적 동력이었다.
그럼 동양에는? 공자 이전에 누가 있었을까? 한국과 중국의 몇몇 역사책들에 이런 저런 이름들이 그 당시 사회와 문화의 선현으로서 등장하고는 있으나 서양에 비교해 두드러지게 아쉬운 점은 이들이 직접 남긴 글들이 거의 전해 내려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여기 우리에게 있어 이들은 역사상에서, 만약 위에서 예를 든 서양의 선현들이 삼차원 속의 조각물로서 인지되고 있다면, 단지 이차원 상의 점 이상으로는 인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억울함을 어찌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