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요쉬카 피셔의 좌파관

서동철 2011. 5. 20. 16:50

아우 님, 


Joschka Fischer
 아시죠? 지난 슈뢰더 정부의 독일 외무부 장관, 녹색당의 간판 스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치인이예요. 이색적인 지금까지의 정치 경력뿐만 아니라 그의 말솜씨, 인터뷰나 정치 토론장에서 보여 주는 달변 내지는 논쟁력은 짜장 배울 거리임에 틀림없지요. 아, 그 경력 말이죠. 우리처럼 학벌에 찌든, 그래 오히려 나라 망치는 쪽으로 더 기울어진 듯한 일류병 환자들에게 대학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음에도 불구 (물론 도강은 했다 하지만) 세계의 내노라 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조차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심지어 감탄까지 하는 이 희대의 정치인 내지는 그를 둘러싼 현상에서 우리는 많이 배워야 할겝니다. 한 때 여론 조사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독일 국민들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는 정치인으로 꽤 오랫동안 자리를 굳히고 있었지요. 최근에 만들어진 그의 일대기 기록영화에서 피셔 스스로 말하기를, 택시운전사로 일할 때 이런 저런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실제 정치에 대한 안목을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하더군요. 정치적 바탕이 튼튼한 사람이예요. 

오늘은 이 양반이 1998년에 세상에 내놓은 자신의 책 'Fuer einen neuen Gesellschaftsvertrag(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하여)'에서 내던진 말을 한번 들려 드립니다. 좌파에 관한 반성적 촉구의 사자후였지요: 

"독일 통일의 그 때와 같이 정치적 선봉들은 다음과 같이 교류한다: 보수는 그들 나름대로의 역사적 사명감과 그들의 성공적인 정치적 업적에 견주어 >>지금까지와 같이 그대로<<를 포기하는 반면, 지금 하필이면 독일의 정치적 개혁 세력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소위 >>좌파<<는 세계화라는 실질적인 혁명의 초기에 바로 그 >>지금까지와 같이 그대로<<의 보수적 정치 양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정치 양태는 이미 역사적으로 그 의미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멍청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분명하고 명백한 패배자의 전략이다. 물론 지난 날 적지 않은 부분에서 거부를 당했으나 지금은 이미 다시금 새로이 숙고의 대상이 되고 있는 Karl Marx는 이미 19 세기 중반기에 자신의 소위 >>18. Brumaire<<에서 선견지명으로 인지했다: 역사는 반복한다, 허나 처음엔 아직 비극이었고, 두 번째는 대부분 웃음거리로 타락한다. 바로 이러한 위험이 세계화의 추세를 애써 무시하려는 독일의 좌파를 위협한다.
(번역: 서동철) 

뭐 얼추 13년 전의 말이었으니 요새와 같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그 현장감이 아직 살아있을까 의심은 갑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우리가 새겨 들어야 할 구석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일말의 의심을 지우기 힘들기에 제 사랑하는 님께 띄워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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