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 곳 TV에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기록필름을 봤다. 몇몇 독일 학자들의 촌평들을 섞은 made in germany 필름이다. 내가 잊었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로 얻을 수 있었다. 그 당시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또한 엿볼 수 있어 금상첨화였다. 특히 휴전협상이 결렬되자 이를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다시 성사시키고자 미국이 평양등에 대거 투입한 악명 높은 나팔름 폭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자들의 모습과 그 피해규모에 대한 보도는 내 몰랐던 사실이었다. 이차대전 말 영국이 독일 도시 드레스덴에 저질렀던 무차별 공중 포격으로 인한 피해의 얼추 네배였다 하니 그 잔혹상이 내 머리 속에서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 외 맥아더와 트루만 사이의 갈등, 아이젠하워의 원폭 투하 의도, 스탈린의 죽음이 휴전협상을 가능케한 한 주원인이 될 수 있어던 상황등에 대해 배웠다.
이즈음 한반도에서 보이는 모습에 독일방송이 보이는 관심의 한 표현이다. 먹거리가 부족해 외국에서 식량원조를 받아야 하는 나라가 핵폭탄 가졌다고 세상에 으시대는 꼴에 이미 오래 전부터 황당해하는 이네들이다. 이즈음 심지어 미국과 한판 전쟁 붙겠다는 북한에 이 곳 미디어 매체가 다시금 눈길을 돌린다. 근데 이러한 와중에 남한 정치인들, 특히 집권 여당이 보이는 태도가 내 눈엔 북한과 맘먹을 정도로 황당하다. 남한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등, 나아가 북한과 전쟁 해서 이기자고 아우성치니 말이다. 그것도 여당 당수라는 사람이.
전쟁이 터지면 가장 심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민간인들이다. 설사 남한이 미국의 도움을 빌어 북한을 이긴다 하더라도 전쟁 그 자체로 인한 물적 피해는 차치하고라도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리라는 것은 거의 상식에 속한다. 이는 한국전쟁에서 뿐만 아니라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그 여당 당수가 이를 알고 내지른 소리인지 아니면 모르고 내지른 소리인지는 알 길이 없다. 몰랐다면 정치인으로서 지나치게 무식한 사람이고 알았다면 지나치게 뻔뻔스런, 무책임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이 사람 전쟁 나면 가장 먼저 해외로 도망 갈 수도 있지 싶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북한의 도발적 아우성을 정치적으로 무마시키려면 보다 더 뛰어난 정치적 안목과 행동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자기네들의 주적이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여기는 북한에 맞서 있는 남한의 위치는 매우 미묘하다. 어떻게든 정치적 협상을 벌여 최소한 전쟁만큼은 피하는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할 판에 그래? 그럼 전쟁 한번 하지 뭐 하는 남한 집권 여당 당수는 당장 반성하고 대국민 사과한 뒤 물러나야 마땅하다. 일반 시민으로서 그런 소리 지르면 나 역시 이런 소리 던지지 않는다. 웬 모자란 사람 떠드누나 해버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