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편지

열일곱번째 편지 - ”일본이 세상을 바꾼다”

서동철 2011. 3. 21. 20:11

이즈음 독일에선 연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보도가 신문 방송 매체 톱기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보도, 덧붙여 이 엄청난 자연재해에 따르는 피해복구 상황에 대한 보도는 뒷전으로 밀린 셈이라고나 할까요. 이는 어쩌면 일본이 겪는 자연재해가 독일에도 닥칠 확률은 거의 없는 반면 지금 겪고 있는 원전사고라는 인재는 독일에서도 터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독일 국민들의 마음쏠림이 그만큼 더 집중되어 있다는 소리지요. 더군다나 이들은 원전 운영에 따르는 문제점들에 여타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 또한 이를 이해함에 한 몫 거든다 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원전 운영에 대한 찬반 토론이 활발하고 특히 체르노빌 이후엔 이러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아예 거부하는 운동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요. 체르노빌이 보였듯 일단 터진 사고에 따르는 위험도가 너무 높고 덧붙여 원전 쓰레기 처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방사성 물질에 한번 오염된 지역은 백년 이상 폐허로 차단되어야 한다는 사실, 허나 무엇보다도 암을 통해 사람 몸에 미치는 그 흉측한 모습을 떠올리면 이러한 운동은 생존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여깁니다. 


일본 사람들이 비치는 최신 기술에 대한 맹신, 이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태도, 일본 원전은 안전하고 깨끗한 기술이다라는 선전은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적지 않은 식자들로부터 옳지 않은 삶의 모습으로 자리매김 당했는데 이번 사고로 인해 이는 더욱 굳어진 셈이지요. 독일 국민들의 원전 반대를 위한 아우성이 높으니 독일 정부의 원전에 대한 정치가 다시 한번 궤도를 수정하는 이즈음입니다. 몇년 전 지금의 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독일 정치사상 처음으로 원전탈피, 즉 독일 땅에서 순차적으로 2020년까지 원전을 없애겠다는 에너지정책을 공식 발표했었지요. 독일에는 17개의 원전이 세워져 있는데,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전체 전기공급량에서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다 점차 줄어 지금은 20퍼센트 정도에 다다른다 합니다. 대신 바람, 태양열 등을 이용한 소위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보수당은 작년 가을에 지난 정부의 탈피정책을 수정하며 그 기한을 얼추 2050년까지로 잡는 새로운 정책을 내세워 이를 법으로 못을 박았는데, 이번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이를 다시 수정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단 급한대로 1980년 이전에 세워진 원전들을 폐쇄하고 이들을 포함 모든 원전들에 대한 안전도를 3개월 이내에 다시 한번 정밀 검토하겠다는 정책입니다. 듣자하니 이번 기회에 원전에 대한 안전기준치를 대폭 높인다 하는데, 이 경우 원전회사들은 이에 맞추느라 드는 비용을 따져 수지가 맞지 않을 경우 장삿속에서라도 원전을 폐기할 수도 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은 불과 몇 개월 전, 아니 며칠 전 후쿠시마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그런 모습들이지요. 


독일 에너지정책은 여야를 막론하고 원전이 석탄에너지에서 대체어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과도적 에너지로 자리매김하는데 합의를 보고 있습니다. 단지 이러한 과도기가 얼마나 길어야 하느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지요. 우리 식으로 따져 진보 쪽에 속하는 야당이 되도록이면 짧게 잡고자 하는 반면 - 녹색당은 2017년에 원전을 완전 폐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보수 쪽에 속하는 여당은 그 기한을 더 길게 잡고자 합니다. 이에 물론 원전회사들의 로비가 무시 못할 입깁을 불어대고 있고요. 이 회사들은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는 이산화탄소를 뿜지 않아 환경오염에 한 몫 단단히 하는 깨끗한 전기임을 강조하며 값 또한 싸니 일석이조인데 이를 왜 폐기하느냐며 역공을 끊이지 않고 벌리고 있습니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이 대기 속으로 뿜어대는 이산화탄소 양을 떠올리면 원전의 장점을 뽐낼 수도 있다 봅니다만, 이번 일본 원전사고 마냥 한번 터지면 그 주변 몇 십 킬로지역을 문자그대로 완전 초토화시키는 모습을 떠올리면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확신합니다. 독일은 일본마냥 지진 위험지역이 아니니 독일원전은 안전하다 하는 주장은 터질지 모르는 비행기 추락이나 항시 도사리고 있는 테러 위험에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지요. 싸다는 주장 또한 엄청난 건설비용과 특히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원전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을 가산하면 실속있는 주장이 아님을 엿볼 수 있고요. 덧붙여 환경오염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기 속에 그냥 배출하기 보다 이를 이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솟구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일본 원전사고로 인해 독일 국민들은 원전 완전폐기를 향한 마음을 뚜렷히 드러냈고 보수 여당 또한 이러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원전을 폐기하고 대체에너지를 이용한다면 매달 내는 전기료 또한 대폭 오르리라는 전망에 그 값을 치룰 준비가 되어 있다는 국민이 전체의 얼추 7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여론조사 또한 나왔지요. 


원전 의존도가 30퍼센트를 웃돈다는 대한민국에서는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신설 계획 중이라는 5개 원전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덧붙여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기술적 재정적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등 말입니다. 중국은 얼마 전 인민대회에서 향후 5년간 50개의 원전을 신설하겠다는 무지막지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를 재검토 하겠다며 일단 중지를 발표했지요. 중국도 이러는데 하물며 대한민국이..., 하다 그냥 웃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