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네가 김장을 한단다. 많이는 하지 않는다고. 마당 있는 집에 살아 그럼 독자리 파겠네 했더만 웃으며 아니란다. 요새 누가 독자리 파냐고, 김치냉장고가 있는데. 나는 어릴 때 매년 이맘 때쯤 되면 마당 한 쪽 구석에 독자리 파야했다. 겨울에 얼은 땅에 큰 독 들어갈 자리를 깊숙이 파는 일, 이거 아이들 장난 아니다. 때론 곡괭이 질도 해야 했으니. 땀 뻘뻘 흘리며 삽질을 했었다.
배추도 목욕탕 욕조에 하룻 밤새 재 놓았던 기억이 아스름하니 떠오른다. 그래 돌소금 많이 사뒀겠네 했더만 이도 또 아니란다, 요샌 소금에 이미 절여 놓은 배추를 산다고. 그러니까 집에선 양념만 준비해 놓고 배추가 도착하면 무치는 일만 하면 끝이란 소리다. 아 그렇구나. 근데 소금에 절이는 것도 때론 손재주에 딸린 문젠데, 맛있는 배추는 소금에만 제대로 절여도 맨밥 서너그릇 목구멍으로 거뜬히 넘기는데.
하기사 이즈음엔 적지 않은 사람들 김장 아예 담그지 않고 사서 먹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마나 양념솜씨는 ‘엄마의 손’이니 그게 어디냐 싶다. 배추와 양념이 서로 마구 어우러지는 와중에 싱싱한 배추줄기 하나 뽑아 양념 팍팍 집어 넣고 만든 김치보쌈, 크, 이는 짜장 둘이 먹다 한 놈 죽어도 세상 모르는 기똥찬 맛이었다.
침 돋는다.
그만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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