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전도사와 애꾸

서동철 2010. 11. 17. 17:22

빌리 그레함,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 전도사가 once upon a time 대한민국에 메시아를 심고자 도착했던 김포 국제공항에서 벌어졌던 희한한 사건입니다: 

한국 광신도 협회의 대표 자격으로 우리의 다크호스 애꾸눈 갑돌이는 빌리 그레함을 마중하러 공항에 기꺼이 몸소 나갔습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고 도도한 이 전도사가 비행기 트랩을 밟는 순간 두 양반들의 역사적이고 짜장 극적인 만남은 만천하에 그 빛을 發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두 얼굴들이 정면으로 딱하니 마주치자마자 어라, 이게 메냐, 주위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 되었습니다. 즉슨, 

먼저 빌리 그레함이 엄지손가락 하나를  하니 보이니, 

갑돌이는 이에 엄지와 검지손가락 둘로  하니 받아 치고, 

다시금 빌리 그레함이 엄지, 검지 그리고 중지손가락 셋으로 짱 하니 되받아 치자, 

갑돌이는 우드득 부드득 이를 갈며 주먹을  하니 보였더랬습니다. 

하, 이게 당췌 무슨 뜻인고? 
長幼有序라, 먼저 빌리 그레함의 해석부터 들어 보기로 합니다. 수 십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웅집한 방한 첫 기자 회견에서 이 양반은 이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했는데, 

"제가 손가락 하나를 내비친 뜻은 '신은 하나다'를 말하고자 함이었는 바, 갑돌님은 이를 받아 자신의 손가락 둘로 받아 치니 이는 '아니다, 신은 당신과 저그 위의 그 분 둘일 수도 있다' 말하고자 함이었고, 이에 다시 제가 손가락 셋으로 되받아친 뜻은 '그럼 신은 당신까지 합쳐 셋일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말이었는 바, 이에 갑돌님은 주먹을 보이시며 '에이 다 귀찮다. 신은 오직 하나일 따름이다.' 하신 게지요." 

同床異夢이라, 문제는 허나 우리의 다크호스 애꾸눈 갑돌이의 >>분노<<였습니다. 종로 2가 YMCA 뒷 골목 천막 주점에서 한국 광신도 협회 지역 분과위원회 회원들과 술자리를 같이하며 우리 갑돌이 울분을 토해 쌓는데, 

"내사마 민지겄다 아이가. 내 이 빌리 그레함인지 그리어인지 하는 자슥 만나기만 해 보그레이, 걍 한 방에 골로 보내 뿌릴끼고마. 아니 이노므 자스기(더 심한 욕이었으나 한국 신문방송관리 윤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릅니다) 공항서 내를 보자마자 '니 눈깔이 하나구나!' 하지 안능가 말이다. 내사마 환장하겄다 아니가. 그래 내 '아이다, 니 알랑가 몰것는데, 내도 말이다, 옛날엔 니와 또가치 눈깔 두개 가졌었데이' 했더만, 이노므 자슥 퍼뜩 한 술 더 떠 지 손가락 세 개를 내뵈며 '니 눈깔과 내 눈깔을 합하니 세 개구나!' 하더라 안카나. 머 이런 후랑당 말코가튼 자스기 있능교. 우습제? 그래 내 주먹을 보이며 '너 이 상노므 자슥, 죽을 줄 알그라 마!' 했제. 이 자슥 말이다, 싸가지가 그리 시궁창이니 내 승질 팍팍 나뿌더만. 것도 국제적으로 방방 뜬다 카던데, 두고 보레이, 하믄!" 

하며 우리의 갑돌이 쇠주 한 잔을 또 벌컥 마셨습니다. 
안주는 꼼장어였지요. 
닭똥집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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