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공부하는 사람:
철학을 전공한 저는 독일 유학 당시 어느 날 지도교수와 면담을 했는데, 이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독일 교수는 “자네 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철학자가 있고, 철학이란 문화 전통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것인데 왜 이 곳까지 왔느냐”며 의아해 하더군요. 저는 이 때부터 ‘우리 것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없는 철학은 공허한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지요.
철학하는 사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것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없는 철학은 공허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철학의 출발을 우리 것에 고정시킨 그런 철학이 공허한 철학 함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씀 드립니다. 그 독일 교수의 당돌한 질문에 님께서 당황하기보다는 오히려
>>나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 이러 저러한 문제들이 있다 보매 이의 해결을 위한 길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이에 Platon이면 어떻고, Kant면 어떻고, Fichte, Hegel, Heidegger, Wittgenstein이면 어떻습니까? 나아가 붓다, 공자, 노자, 주자, 원효, 퇴계, 다산이면 어떻습니까? 저는 지금 여기 우리의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그 모든 방안내지는 대안들에, 그것이 우리 것이든 남의 것이든, 열려 있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 철학을 공부하러 왔습니다. 물론 저는 한국인이매 제가 이것을 먹건 저것을 먹건 소화되어 나오는 것에는 어쩔 수 없이 한국적 냄새가 나겠지요. 그것까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그러니 꼭 한국적인 것만을 먹으라 하시면 저로선 유감입니다.<<
하셨더라면 그 독일 교수 뭐라고 말했을까요?
그런 연후, 그 열린 마음으로 후에 다시 한번 우리 겨레의 고유한 것을 보시고, 이해하시고 연구하신다면, 아마, 감히 말씀 드리건대, 우리의 미래에 향긋한 꽃내음이 풍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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