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이야기

회춘

서동철 2010. 4. 4. 19:16

뵈르나 슈핏쩨(2476m)

새벽 완행열차를 타고 가르미쉬를 지나 지난 고산길 등반 했을 들렀던 밋텐발드 역에서 내렸다. 화창한 날씨에 자일과 헬멧등을 잔뜩 짊어진 젊은 남녀들이 아침 기분을 상큼하게 만드는 듯했다. 산의 험악함에 도전한다는 마음이 자아내는 듯한 긴장과 흥분을 사뭇 느낄 있었다. 역시 그런 느낌을 품고 있었고


높고 험한 산을 찾았다. Wörner Spitze, 알프스의 카르벤델 줄기가 남서쪽에서부터 올라와 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있어 길목을 우뚝 지키고 있는 2476m 높이의 돌산이다. 알프스 안내 책자및 몇몇 웹사이트들이 어려운 산행이라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금 몸을 가다듬고 걷기 시작했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줄곧 들으며 오르는데 마치 계곡이 나를 반겨주는 힘찬 환성의 소리로도 들렸다. 그것도 앞뒤로 아무도 없었으니 나만을 위한 노래였다고나 할까. 


시간 걸었을까, 산허리에 도착했다. 팻말(위 사진 풀밭 끄트머리에 있다) 쓰여 있는 소위정상길(Normalweg) 산행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긴장을 하시오라는 뜻으로 들렸다. 아닌 아니라 팻말 보기 멀치감치서 내다보니 앞에서 걷던 사람은 한참을 궁리하다 결국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치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경사가 엄청 급해지고 돌산이니 암벽을 타야하는데 손의 도움없이는 오를 없을 정도로 험하게 보였다. 그것도 정상까지 얼추 500m 고저차이를 극복해야 판이니도전한다는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삼삼한 기분이었다. 


듣던대로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깊숙히 패인 곳에 여적 쌓여 있는 눈을 건너야 했으며 후반부에선 전반부에서 겪은 암벽타기 난이도 I보다 까다로운 등급 II정상길 타야 했다. 어찌 보면 부분이 이번 산행의정점이었다고도 있겠다 싶다. 나를 조금은 놀라게 했고 전체 산행을 마친 품을 있었던 뿌듯함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려가며 들른 산장에서 맥주 마심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했다는 자부심을 뽐낼 수도 있어 좋았다. 정상에서 바라본 알프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러한 눈요기는 비록 산을 오르는 주목적이 아니라 말하자면 그냥 덤으로 얻는 선물이라고 여기고 있으나 바라봄이 몸의 기운에 미치는 시원함을 떠올리면 산행함에 있어 사뭇 중요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허나 산을 오르는 주목적은 산을 오름 자체다. 


정상 방명록에 흔적을 남기고 계획에 맞추어 기차를 타고자 조금은 서둘러 역으로 하산했다. 뮌헨행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피곤에 뭍힌 하루를 뒤돌아 보는데, 느닷없이 나이 생각에 스스로를 돌아보니 쓴웃음을 머금을 밖에. 정상에서 다시금 돌산 암벽을 타며 내려올 나를 지나쳤던 20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한쌍이 있었는데, 발길이 발길에 비해 엄청 가볍고 명랑해 보였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여자아이는 짧은 바지를 입고 미끈한 다리를 자랑하며 마치 춤을 추듯 발랄한 모습으로 나를 지나치니 순간 젊음이 부럽기까지 했다. 다시 젊어져야 되겠다. 그래 알프스를 끊임없이 찾고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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