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그 때 그 시절

서동철 2011. 10. 29. 17:03


나는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왔다. 그렇다고 남녀가 한 반에 어우러져 섞여 있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고 - 그런 학교도 있었다 -, 1반부터 4반까지는 남자반, 5반부터 8반까지는 여자반이었다. 그랬다고 기억한다. 그 때 함께 어울렸던 동무들 모습들은 그야말로 가물가물하다. 당연하지, 강산이 변해도 서너번은 변했으니. 특히 여자들은 내 그 당시 수줍음을 무지 탔고 무엇보다도 공부 열씨미 열씨미 하느라 멀리 했기에 전혀 기억에 없다. 크. 근데 왜 느닷없이 이 소리를 꺼내나? 


엊그제 한 친구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나와 같은 해에 그 중학교를 다녔다며 자기소개를 하고, 그 때 그 시절 한 자그마한 얘기도 들려주던데, 내겐 전혀 생소한 줄거리였다. 근데 이 친구는 그 얘기를 마치 어제 일어난 듯 들려주니 내 머리가 어수선해지더만. 어쨌든 내 화들짝 놀랄 수 밖에. 더욱 놀라운 사실은 동기동창 아해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는데, 나를 보고파하는 아저씨와 아짐씨들이 있다고. 망녕들 나이는 그래도 아직 멀었는데도 말이다. 참 고마운 소식이었다.  


그 때 그 시절을 기억 속에 떠올리느라 지금 애 무지 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이 공간에 올린 전교회장 선거 때 모습이 떠오른다:  

http://blog.daum.net/lebendigkeit/131 

그 외 소풍 갔을 때 모습 두어개, 곤혹스러웠던 합창대회 모습, 수학여행 등등. 프루스트 마냥 차 향기가 필요할 듯도 하다. 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옛 모습들이 차 향기와 더불어 모락모락 피어오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허나 그 땐 차를 마셨다기 보다는 학교 운동장에 설치되어 있던 수돗물을 무지 마셨다. 그 수돗물 향기가 아쉽다. 있었다면. 아, 그 때 음악 가르쳤던 여선생이 나를 무척 좋아했는데. 반항아 기질이 남달리 거셌던 나였기에 몇몇 남선생들과는 서먹서먹한 관계로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도 졸업반 담임선생은 내 참 좋아했다. 국어를 가르쳤는데, 기억에 그 님의 솔직함에 내 매료되었던 듯하다.  


일단 여기서 잠시 쉬고프다. 기억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떠올리면 벅차다. 차근차근, 아름다움도 천천히 즐겨야 제 맛이 솟구치는 법. 여하튼 오랫만에 이런 저런 사람들 생각에 포근한 웃음을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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