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들으니 오스트리아 여자 칼텐브룬너가 드디어 K2 꼭대기에 올랐단다. 지금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고. 내 마음 속의 축전을 보냈다. 이로써 그녀는 세계 최초로 8000m 넘는 14개 꼭대기들을 산소통 없이 오른 여자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전문산악인들이 입에 담는 소위 ‘정당한 방법’으로 오른 셈이다. 산소통의 도움으로 오름은 마치 자전거 경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경우와 비슷하니 말이다. 칼텐브룬너는 K2를 지금까지 여섯번 오르고자 시도했었다. 특히 작년엔 꼭대기 바로 밑에서 함께 오르던 스웨덴 동료가 떨어져 죽는 불운으로 다시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올해 일곱번째 시도에선 세명의 남자동료와 함께 지금까지와는 달리 처음으로 북쪽 벽을 타고 올랐다는데, 그녀가 동료들보다 먼저 꼭대기에 발을 디뎠다 한다. 알프스에 내 열정을 쏟기 시작한 이래 드문드문 세계산악인들의 모습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내 눈에 칼텐브룬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여자 산악인으로 비친다. 그녀 남편이 독일사람인데 이 사람 역시 14개 꼭대기를 모두 오른 사람이다. 단지 이 사람은 에베레스트 오를 때 산소통을 썼다 한다. 이번에도 두 사람 함께 오르기 시작했는데 중간 쯤에서 남편은 눈사태 위험도가 너무 높다고 생각되어 다시 내려가고 아내는 달리 생각한다며 꼭대기에 올랐단다. 남편은 베이스캠프에서 나름대로 상황을 추적했다고. 그렇다고 두 사람들이 그 산 속에서 부부싸움을 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각자가 나름대로 판단을 세우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모습일 따름이다. 특히 죽느냐 사는냐의 문제에 있어 아무리 부부지간이라 해도 상대방을 떠미는 무책임한 짓은 피해야 한다. 종국적으로 각자가 스스로 자기생명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