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방

카프카와 토마스 만

서동철 2011. 1. 12. 17:41

Thomas Mann과 Kafka, 두 가지 상이한 글쟁이 형이 아닌가 싶다. 토마스 만이 밖으로 확산하는 형이라면 카프카느 오히려 그 반대로 안으로 응집하는 형이라고나 할까? 유럽 정신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자 하는 토마스 만(마의 산)이라면 이러한 진단에 대한 의욕 없이 현대에 처한 사람의 사는 모습들 중 그 핵심을 확대해서 서술하고자 했던 카프카라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카프카는 유럽정신을 포함한 세계정신을 진단한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카프카 역시 유럽사람임을 감안하건대 유럽의 특이함이 군데 군데 뭍어 있을 수 밖에 없으나 일단 토마스 만의 경우보다는 그 특이함이 상대적으로 적고 아울러 예컨대 지금의 한국을 떠올리건대 그 정도의 유럽적 내지는 서구적 특이함은 한국 또한 이미 오래 전부터 자기 고유의 것인양 소화해 내고 있는 모습이다. 

베케트, 당연 카프카의 노선에 서 있다. 베른하르드도 이에 속한다. 소설 속에서 대화 형식이든 독백 형식이든 철학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 내지는 설명없이 오히려 예술적 창작을 통해 은근슬쩍, 독자 스스로 읽음을 통해 철학함을 끄집어낼 수 있는 그런 류의 글들을 썼던 예술가들이다. 그러니까 예술을 이루는 한 부분을 철학에 위임하는 모습(토마스 만), 즉 철학을 통해 예술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아니라 거꾸로 철학이 예술을 통해 이루어지는 그런 모습을 말한다. 니체의 경우 철학 속에 예술이 있고, 카프카나 베케트의 경우엔 예술 속에 철학이 있다. 토마스 만의 경우는 그러니까 어찌 보면 이게 뒤틀린 셈이다. 예술이 철학을 흉내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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