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방

윤선도

서동철 2010. 10. 30. 06:21
작년인가 한번 '길벗까페'에 윤선도 (尹善道 ; 1587~1671)의 노래자락(시조) '오우가'를 선보여드렸는데, 오늘은 이 님이 부른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중 한 자락을 자랑합니다. 제목에서 이미 살필 수 있듯 사시 즉 사계절을 노래하는데, 주체는 어부입니다. 그러니까 어부가 일년 살림을 어찌 꾸리는가 하는 모습을 그리는 노래입니다. 물론 내용적으로 다분히 철학적이고 형식적으론 분명 예술적입니다. 다음은 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는거시 벅구기가 프른거시 버들습가
이어라 이어라
어촌 두어집이 냇속의 나락들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말가한 기픈소희 온갇고기 뛰노나다
"

우리 겨레어로 만들어진 작품이니 더욱 소중한 우리의 정신적 자산입니다. 단지 이에도 최소한 부분적인 번역이 필요하다 보이니 우리 스스로 가꾸고 보전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가열찬 노력이 없으면 어쩌면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마음가짐 다시금 갈무리 해봅니다. 독일사람들이 괴테나 휄덜린의 언어를 사랑하며 그에 걸맞게 가꾸듯 우리 또한 우리의 말과 글로된 작품들을 가꾸고자 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우선 '이어라'는 '노를 저어라'하는 뜻이고 '지국총'은 노를 저을 때 들리는 마찰된 소리, 예컨대 '찌걱찌걱'거리는 소리를 나타냅니다. '어사와'는 힘내자 하는 '어영차' 소리지요. 이들은 윤선도가 고려속요 마냥 여음으로 끼어 넣은 울림소리입니다.
노래(시조) 전체를 현대 우리말로 옮깁니다:


우는것이 뻐꾸긴가 푸른것이 버들숲인가

어촌 두어집이 안개속에 들락날락
맑고깊은 속에서 온갖고기 뛰노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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