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더덕 냄새

서동철 2012. 1. 27. 08:06



가능하면 몽땅 잊고 싶은 군대 시절 중에 그래도 아직도(!) 잊지 못해 가끔씩 떠오르는 구석들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산 속에서의 야영이다. 겨울엔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 전우들 - 크, 취한다 - 꼬옥 껴안고 자던 추억, 여름엔 또 꽤 두꺼운 고무 우비를 뚫고 쏘는 모기들과의 치열한 전투. 산 속에서 "돌격앞으로!" 하길래 "길이 어딨어요?" 했더만 "시끼야, 없으면 만들어야지" 하고 냅다 던지는 발길질에 꼬꾸라졌던 추억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상큼한 향내음을 풍기는 모습이 있다. 야영 때의 식사. 전방에는 아직도 인적이 드문 지역이 수두룩하니 그만큼 야생의 식용식물들 또한 꽤 널려져 있다. 고사리, 더덕 등이 대표적 예다. 아, 칡도 있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 보니 이 고사리 더덕 냄새를 기똥차게 맡더만. 나 같은 서울 촌놈들은 그게 안된다. 그저 그냥 신기해 할 뿐이다. 식사다 하면 다다다닥 나가서 이 먹거리들을 캐오는데 지네들은 냄새따라 찾는다 하니 내가 무슨 재주로 이를 따라하냐 말이다. 물론 먹기는 아주아주 맛있게 먹는다만. 짠밥이 그리 달콤할 수가 없었다. 그래 나는 가만 있기 뭐해 항시 고추장을 사들고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러니 쌤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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