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문화의 상업화

서동철 2012. 1. 19. 18:22



소위 "문화 산업"이라는 표제로 등장하는 몇 년 이래 거론되는 거개의 문화론은 대부분 방송매체를 그 주요 대상으로 다룬다는 인상이 짙으나, 이 개념을 세상에 널리 공포한 Adorno는 사실 이를 빌미로 그 당시의 지식인들을 통렬히 비판하고자 했다. 즉 이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천박한 자본주의의 상업적 관성에 스스로의 무게 중심을 잃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문화철학적 경고의 소리를 하고자 했던 게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문화의 상품화에 대한 정면 도전의 선전 포고라고나 할까? 

문화의 상품화, 어찌 보면 이미 오랜 전에 완성되어 지금은 오히려 탄탄한 바탕 위에 자신의 위염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는 괴물이 아닐까? 그래 이를 비판하거나 나아가 이에 훼손을 입히려면 트로야의 목마와 같은 일생 일대 비장의 무기와 전술이 없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 아닐까? 

이러한 전세계적 일반 추세인 상품화의 진전에 하버마스는 방송이나 신문 매체의 상품화는 논점의 교환이나 소통에 결정적인 방해를 저지른다 경고한 바 있다. 방송사나 신문사들의 광고주들에 대한 종속 상태를 꼬집는 말로도 들린다. 재정적인 종속이 사고 방식의 종속까지 몰고 온다는 사실은 우리한테도 이미 오래 전부터 낯설지는 않은 현상이다. 이를 보고 맑스는 하부 구조의 상부 구조에 대한 우위권이라고 했을까? 

결국 이 문제는 쉽게 말해 자본과 권력에 헐값으로 몸 팔고 정신 팔기 좋아하는 자칭 문화인 내지는 예술가들의 다수성과 나아가 상업성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독성에 문화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좌파 신문 Liberation의 초기 무광고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받아들이는 시대로의 전환은 어찌 봐야 쓰겄는가, 얼마 전 벌어진 독일 좌파 신문 taz의 멕킨지식 고용 축소에 대한 사내의 반발은 또 어떻고 등등. 아님 좀 더 개인적으로 나는 언제까지 돈벌기를 거부하는 몸짓을 계속 흔들어대며 내 노동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극히, 지극히 사적인 혁명에의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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