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흐테스가덴은 독일 남동쪽 구석에서 오스트리아에 직접 맞대며 버티고 있는 지역이다. 산과 호수가 어울리며 자아내는 모습이 뛰어나 일년 사시사철 세계 방방곡곡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지난 세기 전반 히틀러 역시 이 지역에 반해 자기 별장뿐 아니라 전망 좋은 한 자그마한 산 끄뜨머리에 찻집까지 지어 놓고 즐겨 머물렀던 곳이다. 나찌 성향이 꽤 짙었던 곳이라는 역사적 흠이 있다만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관광수입이 꽤 높은 지역이라 이러한 성향을 - 만약 아직도 남아 있다면 - 애써 감추려 한다고는 어렵지 않게 그려 본다.
차를 타고 유명한 쾨니흐호수, 쾨니흐는 우리말로 왕이다, 주차장을 떠나 호수쪽으로 가기 전 호수 방향으로 왼쪽에 큰 돌산덩어리가 떠억 하니 버티고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말하자면 바른쪽, 즉 서쪽으로 밧쯔만 줄기가 버티고 있고 그 반대쪽에 이 돌산덩어리가 있는 셈인데, 이름하여 ‘괼덩어리’라 일컫는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 Hoher Göll이다. 이 산을 올랐다.
산 어귀 주차장까지 가려면 유료도로를 타야 한다. ‘로스펠드찻길’이라 불리는 산중 순환도로다. 1600m여 높이까지 오르는 찻길이라 적지 않은 사람들, 특히 노약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동쪽으로 오스트리아 잘쯔부르그 시및 그 주변 지역을 한 눈에 즐길 수 있고 서쪽으론 독일 베르흐테스가덴 지역을 눈요기할 수 있는 곳이며 두 군데 음식점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 중 한 음식점은 독일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정식음식점이라고 광고한다. 바로 이 음식점 옆에 마련되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일기예보대로 흐리고 산안개가 꽤 짙게 깔려 있었다. 허나 점심때부터 점차 맑겠다는 예보에 힘을 실어 줬다. 더군다나 맑은 날씨엔 꽤 험한 산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소문에 오히려 날씨가 흐리면 내 구미에 맞는 산중 외로움을 어느 정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또 그랬고. 이 산행을 얕잡아 보고 덤비다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다른 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오르면서 서너군데 사고로 한님께 돌아간 사람들을 위한 자그마한 십자가들이 세워져 있음을 봤다.
얼추 반시간 가량 안전자일이 마련되어 있는 깍아지른 암벽을 타니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에 다다랐다. 한 시간 가량 완만한 경사를 타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길이다. 단지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바른쪽으론 쾨니흐호수 건너편 밧쯔만 줄기를 눈요기할 수 있고 왼쪽으론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는 오스트리아 하겐 알프스지역을 살필 수 있는데, 사실 이 지역 산세를 공부할 참이었다. 안개에 시야가 가려 무척 아쉬웠다. 능선은 오스트리아와 독일 국경을 그리며 이어져 있다. 산행을 즐김에 있어 능선타기는 짜장 별미다. 폭 20센티도 채 되지 않고 양쪽으로 깍아지른 절벽을 그리는 위험한 능선타기도 있지만 여기처럼 꽤 넓은 지역을 가로지르는 능선타기는 오르고 내리며 주변 파노라마 즐김에 있어 뛰어난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즐길 수 있으면 피로 또한 덜하다. 밖으로 보며 마음을 풀어버리니 안으로 쌓이는 부담을 떨어뜨릴 수 있어 그러지 싶다.
꼭대기 십자가다. 2005년에 산 바로 밑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쿠흘이라는 동네 사람들이 세웠다. 십자가 가운데에 꽤 큰 보석이 박혀 있다. 뒤로 보이는 지역은 오스트리아다.
오를 때 두어번 마주친 한 부부를 내려오며 다시 만났다. 개 한마리와 함께 오르고 내리던데, 참 신통한 놈이다. 그 깍아지른 암벽을 아무 도움없이 거뜬히 오르고 내린다 하니 말이다. 이런 놈 하나 데리고 살고픈 마음 굴뚝 같다. 그래 특수 훈련 시켰느냐 물었더만 아니란다. 자기네들과 함께 산에 오르고 내렸을 따름이라고. 그 남자는 나보다 서너살 위인듯 하던데 산을 무척 잘 타는 모습을 뽐냈다. 함께 있는 여자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래 세 생명들이 일체감을 갖고 지내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했다.
나 - 이 동네 사십니까?
그 - 아닙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왔지요.
나 - 어디서요?
그 - 저 밑 동네입니다.
나 - (웃으며) 그럼 ‘이 동네’사람이시네요.
그 - (웃으며) 하기사 그렇긴 합니다. 사람들이 하도 독일 베르흐테스가덴을 찾으니 이런 어색한 생각을 품고 있지 않나 싶네요. 산을 중심으로 보면 국경을 통한 가름이 별 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나 - 내내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이으시길 바랍니다.
그 - 님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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