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방

Joyce의 현대 예술론

서동철 2010. 9. 21. 17:10


James Joyce (1882-1942)


고운 님,

제법 오랜만에 듣는 님의 목소리가 언제나처럼 정겨움에 두드러지고, 더군다나 이번에 받아 던져주신 말씀:
"문구의 전후에 감추어져 있는 적막에 귀를 기울인다"
는 말은 제가 즐기는 곱씹어보는 행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소리였습니다. 문구가 있으매 비로소 적막이 있음을 인지하겠구나 하니 그렇기도 하겠다 싶은 순간 허나 그 문구에가 아니라 오히려 적막에 귀를 기울인다 하니 그도 그런가 곱씹어 볼 수 밖에요.

웬지 모르게 조이스가 퍼뜩 떠오르네요. 그래 주신 말씀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이 양반의 예술론을 엿볼 수 있는 짧은 글을 곱게 올려 드립니다.
조이스는 살아 생전 매우 드물게 대화 기록을 남겼습니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을 정도죠. 그러니 다음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듯 자신의 현대 예술론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엿볼 수 있는 대화라면 금상첨화라 해야겠지요. 그와 20여년간 친하게 지냈던 화가이자 예술비평가 Arthur Power는 조이스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권을 누렸던 드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 님이 지금 저와 이리 스스럼없이 말을 나눌 수 있는 특권을 누리시듯 말이죠.^^* 그만큼 소중하기에 Power는 자신과 조이스와의 대화 기록을 꼼꼼히 기록 보관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달되는 조이스의 목소리입니다. 아직까지도 그의 현 대성이라는 빛이 바래지 않은 싱싱한 울림이라고 할까요?

"... 저는 고전 언어 예술과 현대의 그것과의 차이는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과의 차이라 말하고 싶어요: 고전적 언어 예술은 인간성의 밝은 면을 보여주는 반면 현대적 언어 예술은 그의 반쯤 어두운 면, 능동적인 정신보다는 오히려 수동적인 정신에 몰두하지요. 우리는 고전적 작가들이 물리적 세계를 완전하게 해명했다고 느끼는 바, 이에 따라 이제는 지금까지 감춰졌던 세계를 탐구하고 얼핏 확고하게 보이는 표피의 그 아래에서 돌고 있는 감추어진 흐름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지요.
허나 우리의 교육이 이미 고전적 가치들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 예술이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는 고정된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뭐 언어 예술 뿐만이 아니예요, 삶 또한 무엇이어야만 한다고들 생각하니 말이죠. 이런 이유로 현대적인 것에 왜곡이라는 누명을 씌였는데, 사실 현대의 언어 예술은 고전적인 것보다 덜 왜곡되어 있습니다. 모든 예술은 예술이 자신의 효과를 얻기 위해 특정한 시각들을 과장해야 하는 한 왜곡되어 있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이러한 소위 현대적 왜곡을 받아들일 것이며 나아가 진리의 표현으로서 인정하리라 봅니다.
우리는 바깥 세계와 우리의 동시대적 의식 사이의 합작을 추구하며, 우리 의식의 밑바닥을 나타내는 표현들을 넓히고자 합니다. 마치 프루스트가 했듯 말이죠. 또한 우리는 비정상 속에서 오히려 사실성에 더 근접한다 믿습니다. 만약 정상적인 삶을 꾸린다면 모든 것이 관습적이예요, 한 표본을 따라간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이전 세대의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표본 말입니다. 교회나 국가에 의해 우리에게 강요되어진 그런 객관적 표본 말입니다.
작가는 허나 그러한 객관적인 것에 대항하여 끊이지 않는 싸움을 해야지요: 바로 이게 그의 의무입니다. 변하지 않는 특징들로서는 상상력과 성적 욕구를 들 수 있겠죠. 이 두 요소들을 규칙적인 삶은 억압하려 들지요. 이러한 분쟁에서 현대적 삶의 현상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
(번역: 서동철)

조용히, 천천히 허나 꼼꼼히 나 자신 속을 들여다 봅니다.


'예술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케트 (9)  (0) 2010.10.02
에곤 쉴레  (0) 2010.09.24
베케트 (8)  (0) 2010.09.21
보들레르의 댄디즘   (0) 2010.09.13
음악과 시   (0) 2010.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