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방

음악과 시

서동철 2010. 9. 4. 17:20
예로부터 서양사상계에서 소리예술인 음악과 언어예술인 시 사이에 어느 것이 더 고상한 놈이냐 하는 싸움이 때론 보이지 않게 허나 때론 보일 정도로 왁자지껄 벌어지곤 했다. 여적 그렇다. 그래 아직까지 그 결말을 기다리고 있는 판이다.
예컨대 헤겔과 휄덜린은 시에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헤겔의 경우 베를린대학에서 행한 미학강의에서 음악과 시를 미술과 함께 예술사의 소위 낭만적 형식 시대에 속한다 꼽으며 그의 특유한 등급매기기를 통해 미술, 음악 그리고 시의 순으로 그 고상함을 차례지음 서슴치 않았다. 나름대로의 이유로서 소위 절대정신의 구체화 정도를 그 잣대로 내세운다. 구체화될수록 수준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니 언어예술이 소리예술에 비해 절대정신의 자기현현화가 더욱 더 구체화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쇼펜하우어는 음악에 최고의 점수를 매긴다. 다른 모든 예술 쟝르들은 저 높은 이상이 나타나는 모습에 불과할 따름인 반면 음악은 바로 그 이상 자체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는 이에 상응하는 힘을 음악에 부여했다고도 보인다. 그에 이어 니체는 음악에 최고의 형이상학적 가치를 매기며 한갖된 개인이 우주의 삼라만상과 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바로 이 음악에서 찾고자 한다. 음악 속에서 음악에 의해 나와 너가 서로 합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디오니소스가 향유하는 권력이요 그의 힘이다.

그럼 과연 누가 더 맞고 옳은 소리를 지껄였을까?

심판 딜타이는 쇼펜하우어의 손을 번쩍 들어준다:
예를 들어보자. 돈 죠반니의 첫 끝맺음 부분에서 리듬은 여러 속도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잣대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효과는 인간삶의 여러 부분들, 춤추고자 하는 욕망등이 통일되어 나타나며 결국 이를 통해 세상의 다양함이 표현되는 게다. 바로 이게 음악의 효과다. 이러한 효과는 다시 말해 여러 사람들 내지는 합창 등에 있어서 음악적 주체들을 병렬로 동시에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에 그 근거를 둔다. 반면 언어예술은 대화 등에 결속되어 있다. 음악의 형이상학적 성격은 바로 이러한 가능성으로써 뒷받침되어 있는 게다.

어찌 보면 음악은 자신의 동시성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현재를 통해 통일시키는 예술이다; 현재는 미래의 씨앗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모습으로 우리의 귀를 씻어준다.

그런데 이게 어찌 음악에서만 엿볼 수 있는 모습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 세익스피어의 햄릿이나 괴테의 파우스트 등에서도 이러한 통일성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하면 나만의 자만일까?

Ich bin Jemand, der schreibt.


'예술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케트 (8)  (0) 2010.09.21
보들레르의 댄디즘   (0) 2010.09.13
‘일기’   (0) 2010.09.04
과용 - Klee   (0) 2010.08.28
시인 발터 벤 야 민  (0) 2010.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