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서동철 2010. 5. 15. 21:20

두번씩이나 이러면 곤란합니다라는 말을 주인에게 던졌다. 하얀색 세퍼트였다. 주인은 영국 여자인듯 또렷한 영어로 말을 건넸다. 어제 저녁 올림픽공원에서 조깅을 하는데 큼직한 놈이 달리고 있던 내게 함께 놀자며 재롱을 피웠던 게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는데 계속 치근대니 여주인의 손길이 필요했다. 문제는 허나   개새끼가 자기 주인의 명령을 완전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주인이 이리 해도 저리 버리니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뜀박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올림픽공원에서 자기 개를 풀어 놓고 자유를 안기고자 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사실 뒤에서 달리고 있던 청년도 멈춰야 했고 마주 달려오던 아가씨도 머뭇거려야 했다. 결국 여주인은 여적 말을 듣지 않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개를 자신의 몸을 던져 땅바닥에 쓰러지며 덮쳐 멈출 있었다. 세퍼트는 사람 물기로 악명이 높은 개다

특히 하얀세퍼드와 나와는 인연이 없지 싶다. 해전 마라톤 준비한다고 예외적으로 한적한 오전에 공원에서 적이 있는데 갑자기 얼추 100m 이상 되는 거리 저쪽 편에서 하얀세퍼트가 험상궂은 얼굴로 짖어대며 내게 덤벼들지 않는가. 정도 되면 개새끼 올림픽공원에서 자유분방 뛰어다닐 자격이 정말 없는 놈이다. 더군다나 개에 주인이라고, 사람 내게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이성을 갖춘 인간으로서 마구 짓어대는 개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 계속 달리지 못하는가며 되려 따지니 말이다. 물론 주인되는 사람 단단히 혼을 내주고 보냈다만 어쨌든 이런 경험도 있고 해서 하얀세퍼트는 되도록이면 마주치고 싶지 않다

공원이나 또는 시내 거리 등에서 모르는 개가 무턱대고 짖으며 달려들거나 아니면 꼬리를 흔들고 재롱을 피우는 듯한 모습을 마주쳤을 해당 주인한테 심심찮게 듣는 소리가 무서워마세요 개는 당신과 그냥 놀고 싶을 따름입니다 하는 말이다. 나는 이런 들을 때마다 짜증이 왕창 나버린다. 나도 키우는 사람이지만 이건 진짜 뻔뻔스런 짓이다. 아니, 내가 모르는 개새끼하고 놀아야 하는가 말이다. 개새끼가 나보고 놀자고 짖어대니 함께 놀기 싫으면 그냥 가시라 하는 소린가? 일단 자기 개가 다른 사람에게 어쨌거나 방해가 되었으니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이상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애씀이 올바른 행동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역시 마음이 내키면 가끔씩은 재롱 피우는 개와 놀아주기도 한다. 허나 이는 경우가 다르다


아짐씨, 나도 집에서 키우는데, 짐승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지내려면 짐승을 사람에 맞추어야지 사람보고 짐승에 맞추라 하면 그게 경우에 맞는 소리요?


'툇마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끓는 물 속의 개구리  (0) 2010.05.17
한 여자  (0) 2010.05.17
차 마시며  (0) 2010.05.06
베켄바우어 교통딱지 부정사건  (0) 2010.05.06
여자 몸에 남자의 마음이 담긴 사람  (0)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