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방

김정희-세한도

서동철 2010. 4. 13. 20:44


김정희(金正喜)의 세한도(歲寒圖)
두루마리/종이에 수묵, 23.7×108.2 cm, 개인 소장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1840-1848) 자신에 대한 존경과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애제자 이상적에게 건네기 위해 1844년 완성한 그림이다.  


바른쪽 윗부분에 그림제목이 쓰여져 있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쓴 ‘우선시상(藕船是賞, 藕船은 이상적의 호)’이라는 관지가 이 그림이 이상적을 위해 그려진 것임을 알려준다. 


춥고 스산한 겨울 소나무와 잣나무 몇 그루들을 초라한 집 주위에 엉기성기 세워 놓았다. 수묵이라 색이 나타나지 않으나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른 잎들은 겨울의 스산한 분위기에 대조되어 그 기운을 내뿜을 것이다. 바로 지조와 의리로 상징되는 사철 푸른 나무다. 


갈필로 그린 그림이라 어찌 보면 미완성인 듯 싶으나 바로 이 완성된 미완성에 김정희의 미학이 숨어있지 않나 싶다. 완성된 그림 속에 엿보이는 미완성에서 완성과 미완성 사이에 있는 그 틈을 보는 자 스스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는 곧 보는 자 스스로 그 틈을 메꿀 수도 있다는, 아니 메꾸어야 한다는 추사의 엄한 가르침이라 여기련다. 


자본주의 문화의 돈과 권력에 찌들은 현대의 삶 속에서 코웃음으로 천대받는 지조와 의리로 이 빈틈을 다시 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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