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가 평생 머리에 품고 있던 큰 주제들 중의 하나, 어쩌면 제일 큰 주제는,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것과 남의 것의 싸움판'이다. 러시아 고유의 문화가 흘러들어오는 유럽문화에 맞서 과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가 하는 물음, 러시아를 위해 이 싸움판에서 과연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 등이다. 물론 그는 나름대로 답을 제시한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러시아 고유문화가 이겨야 한다는 게다. 아니, 이길 수 밖에 없다는, 그 힘에 있어 러시아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을 언어예술적으로 펼친다. 특히 러시아 내의 종교를 통해서 이는 실현되리라 예견한다. 독일의 철학과 러시아의 종교가 맞부딪칠 때, 러시아 사람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러시아의 종교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인 게다. 러시아 민중 속에 깊게 뿌리 내린 그 종교를 어찌 독일철학이, 아무리 사상적 깊이에 있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힘을 가졌다 해도, 바로 이 러시아 땅에서 밀어낼 수 있는가 하는 외침인 게다. 물론 그는 이러한 외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세계 인류의 구원이라는 큰 말을 던진다. 다시 말해 자기가 주장하는 러시아 문화(종교)의 우월성은 타문화를 배척함이 그 목적이 아니라 타문화와 러시아문화가 함께 아우러져 더 나은 세계문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는 외침인 게다. 이러한 생각에서 우러나온 그의 외침: 가장 유럽적인 것이 러시아적인 것이요 가장 러시아적인 것이 유럽적이다.
코로나로 인해 이즈음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어쩌면 그 이전에 이미 봉준호나 BTS등을 통해 우리의 문화적 힘을 세계 방방곡곡에서 뽐내고 있었다. 단지 이를 우리 고유문화와 어찌 접맥을 시키고 이를 통해 더욱 더 가열찬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에 잠시 머리를 조아려 본다.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