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이야기

트레일런닝

서동철 2014. 1. 21. 19:00


매일 저녁 얼추 한 시간 뜀박질을 즐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그냥 뛴다. 이때 신는 운동화에 구멍이 두어군데 났길래 웬만하면 새로 한 켤레 살까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혹시 싸게 파는 곳이라도 있을까 찾았는데, 한 군데에서 거의 반값으로, 그것도 내 발 크기만 내놓고 있었다. 이런 걸 보고 운명적 만남이라고 하지 싶어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보통 신발 종류가 아니라 소위 맨발 뜀박질 개념에 걸맞는 운동화라고 한다. 보통 신발은 뒷꿈치에 푹신한 받침을 두고 있는 반면 이 신발엔 그 받침이 없다. 그러니까 발바닥 앞쪽과 뒷쪽 사이 높이차이가 맨발 마냥 거의 없는 셈이다. 덧붙여 밑창을 유연하게 만들어 밟는 바닥에 - 울퉁불퉁 돌길이든 나무뿌리 길이든 - 우리 몸이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게끔 만든 신발이란다. 동시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밑창에 특수처리를 했단다. 포장된 길보다는 비포장된 산길이나 들길을 달릴 때 주로 신는다는 소리에 일단 쪼께 망설였다. 산에선 뛰기보다는 걸어야 좋다는 내 믿음 때문이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최소한 동네 산에서야 뛰어도 어떨까 싶었다. 이미 내게 많이 친숙해져 있고 산길 또한 뛰기에도 적당히 펼쳐져 있으니 말이다. 그래 이즈음 젊은 사람들 좋아하는 그 소위 트레일런닝을 나 또한 함께 만끽할 기회가 아닐까? 어쨌든 그 신발 샀다. 이틀 뒤 소포로 받아 신어 보니 진짜 편했다. 특히 발가락 부분에 충분한 여유를 두는 구조라 내 구미에 딱이었다. 잠옷은 자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듯 뜀박질 신발은 뛰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법, 당장 산 속으로 달렸다. 얼추 두 시간 달렸다: 시간 반 정도 오르막길, 반 시간 내리막 길. 하따, 무지 힘들었다. 때론 사부 오부 능선 길이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 무에 그리 힘드냐며 참견할 생각 마시라. 새로 산 신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런 특수신발 신고 뛰다 보면 몸의 여러 근육과 관절을 더 튼튼히 닦을 수 있다 한다. 또한 길 바닥 종류에 따라 우리 몸이 걸맞는 대응을 함으로써 몸과 자연의 조화된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정신건강 또한 촉진된다는 소리를 아울러 들었다. 금상첨화라.

그래 한 켤레 더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