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2013. 6. 12. 16:32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만, 스위스 소설가 켈러가 이런 제목으로 한 자그마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좋은 등산복을 입고 산에 가면 산행 또한 더욱 즐거울 수 있다는 말이 결코 틀리진 않다 여긴다. 색깔이나 모양새가 자기 취양에 맞아야 걷는 기분이 솟구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무엇보다도 그 기능성 말이다. 평지를 걷는 것과는 달리 오르막 내지는 내리막길을 걷고 덧붙여 때론 암벽을 타야 하는 등 움직임이 많고 거칠다 보니 땀이 많이 난다. 덧붙여 날씨가 궂으면 우비뿐만 아니라 바람막이 기능 또한 요구된다. 사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몸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과 바람을 막고 동시에 몸 내부에서 생기는 땀을 외부로 보내야 하니 말이다. 이에 걸맞는 원단 연구가 몇년이래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중 대표적 상표가 고어텍스다. 여기에 매 신체부위에 걸맞는 재질을 발구하며 몸 움직임을 촉진시키는 기능까지 개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 비싸다. 그래도 장사가 된다. 아니, 붐이라 할 정도다. 내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산행용 옷들을 마을 산책할 때 입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엿본다.

수지가 맞다 보니 더 많이 팔아 돈 벌겠다는 경쟁 또한 당연 치열하다. 아디다스의 경우 산행용 옷과 신발 등을 2010년부터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돈이 되니 자기 영역을 넓혀 뛰어 든게다. 기능성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매년 새로운 상품들이 시장에 나온다. 수요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공급을 덮는지는 내 잘 모르겠으나 인터넷등에서 피할 수 없는 광고에 곁눈질을 잠깐 하더라도 때론 상품이 풍기는 매력을 무시하기가 쉽진 않다. 더욱 난처한 경우는 예컨대 조끼가 필요해 사고자 할 때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이 저마다 나 사시오 하고 외치는 모습에 부딪칠 때다. 그러다 보니 상품을 고를 때 나름대로 기준이 필요하다. 상품들이 풍기는 매력에 혹하지 말고 어떠한 기능성 내지는 디자인이 내가 치루는 산행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가를 곱씹어 봐야 한다는 소리다. 이러한 주관적 기준이 설정되었으면 인터넷등을 통해 가격 비교를 함으로써 때론 작지 않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경험해 보니 비싼 등산복은 대부분 나름 이유가 있다. 기능성에 맞추어 이를 위한 연구비나 원단, 수공비등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그렇다고 비싸다고 다 좋다는 말도 아니고. 예컨대, 쪼께 과장되어 말하자면, 에베레스트 등반에 어울리는 바지를 북한산 산행에 입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듣자하니 대한민국에선 그 빌어먹을 명품욕이 이에 또 가세 한다는데, 자신을 그리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짓은 삼가해야 옳다. 유럽 알프스 고산 산행에 맞추어 만든 비싼 옷들을 20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대한민국 산들을 오를 때 입을 필요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 산행에 맞게 만든 실한 값의 옷들을 찾을 수 있을 게다. 등산화 또한 마찬가지고. 가랑비만 내려도 문 밖에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그 비싼 고어쟈켓등을 찾으며 헤멜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