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틀러카르슈핏쩨 (2287m)
지난 주 산행은, 눈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얼추 11시간 걸린 마라톤 산행이었다. 사실 이런 장시간 산행은 피하려 한다. 최대 10시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내 몸에 적당한 양이라 여기고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기통제, 산행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항시 지키고자 하는 모습이다.
가운데 뒤 쪽에 있는 꼭대기가 오늘 목표다.
오스트리아 카르벤델 알프스 지역 한 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벳틀러카르슈핏쩨를 찾았다. 오르고 내리는데 쉬는 시간 합쳐 6시간 걸렸다. 지난 주 올랐던 젤프호른에 비해 얼추 400미터 낮은 탓도 있겠다만 눈이 어느 새 싹 녹아 있었기에 정상 산행걸음으로 즐길 수 있는 산행이었다. 오르는 길이 무척 가파르고 북쪽에 놓여 있어 눈이 쌓였다면 꽤나 욕 봤겠다 싶었다. 눈밭 대신 허나 돌밭을 거쳐야 했다. 카르벤델 알프스의 한 전형적 모습이다. 암벽을 탈 때 또한 돌이 튼튼히 박혀 있나 살펴보며 조심해야 한다.
'위엔 파란색 아랜 회색', 다시금 만끽했다.
뒤에 보이는 꼭대기에 눈을 두고 있다.
카르벤델 알프스, 인스부르크 북쪽으로 독일 쪽으로 펼쳐지는 꽤 넓은 알프스 지역이다.
꼭대기 십자가, 2006년에 새로 설치했다. 뒤로 보이는 호수가 아헨 호수다.
꼭대기에 오르니 여자 두 명이 다소곳 앉아 있었다. 꽤 험한 곳이라 혼자이리라 여겼는데, 기쁨의 소리를 내지르기가 뭐해 쪼께 아쉬웠다. 근데 둘이 서로 건네는 말을 들어보니 모녀였다. 산행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오르는 모습은 가끔씩 봤으나 어머니와 딸이 함께 산행하는 모습, 그것도 꽤 험한 산행을 어울려 즐기는 모습은 아마 처음 봤지 싶다. 그 어머니를 가만 보니 나 정도 나이던데, 산행경험을 적지 아니 쌓은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참 좋아 보였다. 나중에 내 둘째 딸놈과 함께 오르고자 하는 욕심이 다시금 솟구쳤다. 첫째 놈은 도시형이라 좀 그렇다. 이즈음 이 아이를 등산화 한 켤레를 선물하는 등 꼬시고 있는데,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도시생활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를 잊고 사는 모습에 너 자신을 다시 찾고자 한다면 산에 가서 니 몸을 자연과 직접 맞부딪쳐 보아라 했더만 자기는 오히려 시 한 수 만들며 그런 길을 가고 있단다. 내 말은 그런 길도 있지만 이런 길도 있다 그런 뜻이야 이누마 했더만 다그치지 마란다. 아니 다그치는게 아니라..., 그만 두자.
내려간다.
멀리 뒤로 중앙알프스가 버티고 있다.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엄청 많은 사람들이 계곡에서 초가을 맑은 날씨를 만끽하는 모습을 봤다. 오스트리아 아헨 호수 옆인데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4유로 50센트 내야하는 유료도로 지역, 계곡 깊숙히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어 남녀노소 구분없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기사 독일 유료주차장에서 하루에 4유로 정도씩 받고 있으니 그 유료도로 통행료가 결코 비싸다 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길 만들고 관리하는데 든 비용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지불해야 마땅하지 싶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기름 값이 독일보다 통상 리터당 20센트 정도 싼 편이라 넣고 올까 했는데 주유소에서 얼추 열대엿대 정도 기름 넣고자 기다리는 차들을 보고 시간이 돈이다 외치며 그냥 지나쳤다. 추측에 얼추 15리터 정도 넣을 수 있었는데, 그러니까 3유로 정도 아낄 수도 있었는데. 다음 주에 다시 오스트리아 알프스로 들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