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방

지우산

서동철 2012. 7. 22. 01:50


1965년 부산 
최민식 
(왼쪽, 중앙 그리고 바른쪽으로 삼등분 되는 사진 작품의 그 절묘한 구상성, 나아가 바른쪽 쪼맨 가시나의 그 아스라한 천진난만한 모습, 이 모습에 내 눈 앞에는 는개가 깔리고...)


같은 시절 만들어진 김수영의 詩 한 수를 살그머니 올립니다: 

罪와 罰 

남에게 犧牲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殺人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四十명가량의 醉客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犯行의 現場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現場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196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