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우리 역사의 시작

서동철 2010. 12. 17. 23:00

우리는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자랑한다고 떠들곤 한다. 반만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000 전에 우리의 역사시대가 펼쳐졌다는 말이다. 서기전 3000 쯤에. 중국의 역사시대를 열었다는 황제인 공손헌원이 서기전 2692년에 태어났다 하니 이보다 앞서는 셈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역사학자들이 과연 이런 주장을 펼치며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또한 세계사에 정식 기록코자 시도나 하는가 말이다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이들이 앞장서서 우리의 역사를 잘라 삼국시대에 출발점을 매기고 있다. 자국의 역사를 그렇게 여기니 동양역사나 문화사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서양학자들이 한국의 역사를 아무 주저없이 삼국시대 이후로 보는 견해에 무슨 말이 있으랴. 이전의 시대는 우리에겐 역사시대가 아닌 선사시대 내지는 신화로 이루어진 시대라 여기는 듯하다. 우리 스스로 단군을 단순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그러니까 가상적 옛날이야기의 주인공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가. 심지어전설의 고향단골손님으로 모시기에 바빴고. 나아가 중국의 황제가 살았던 시기에 살았던 동북아 기마종족의 사람 치우를 지금여기의 우리는 액막이부적으로 기와에 도깨비 비슷하게 새겨두고 있는 고작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다


이게 어찌 지금사람들만의 부족이랴. 우리가 시조로 모시는 단군왕검은 고려시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처음으로 이름이 등장한다. 이전 어느 문헌에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 그것도 시조라는  중요한 인물에 대해서도 소홀했던 게다


같은 맥락에서 다시 한번 곱씹고 싶은 점은 과거와 역사와의 상관관계다. 과거는 우리가 돌보든 돌보지 않든 객관적으로 존재했다. 역사는 허나 반면 주관적인 성격의 산물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역사는 과거를 어찌 바라보는가를 서술한 기록이다. 따라서 이러 저러한 역사관에 따라 과거는 달리 채색되어 있다. 이는 허나 달리 말하자면 역사가 없다고 해서 과거가 없었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보라, 우리는 역사적인 기록이 없음이 마치 우리의 과거가 없었던 마냥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아무 거리낌없이 내보이고 있지 않은가. 중국인들이 자기네들 역사의 시조를 황제로 정립시키기 위해 전래되는 온갖 역사서들을 부분적으로 왜곡까지 해가며 노력하는데 비해 우리는 중국 사서들에 분명 언급되어 있는 고조선 시대를 스스로 애써 부정하며 치우를 액막이을 위한 부적 정도로만 그리고 단군을 TV 전설의 고향각본의 주요 자료로 이용하며 뻐기고 있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 겨레문화를 잉태했던 찾고자 한다면 바로 이러한 우리의 게으른 정신을 깨뜨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