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방

평등단상

서동철 2010. 11. 8. 01:15

평등한 사회를 원하시는 님, 

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뜻은 저 역시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니까 평등은 각 개개인의 성별이나 역량등의 자연적 내지는 천부적 차이에 대한 고려 없는 공평함이요, 동등은 이를 고려한 공평함이라 말씀하시고자 하는군요. 그렇다면 저 역시 평등보다는 동등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우리와는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군요. 있습니까? 예컨대 육상 경기에서 뜀박질을 하는데 남녀 신체 조건의 자연적 차이로 말미암아 그 결과를 재는 잣대 또한 차이가 있음은 당연한 바, 이러한 차이까지 애써 무시하고자 한다는 말처럼 들리니 말이죠. 하기사 뭐 좀 별난 여자들은 남자들만 병역의 의무를 지느냐, 우리 여자들 또한 군복무 의무를 갖자고 주장하던데, 글쎄요, 생각의 자유야 누가 말리겠습니까마는 이게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평등의 모습인가 하는 점에는 동의하기가 힘이 듭니다. 
오히려 제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이 두 단어들을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 여깁니다. 결국 우리가 만약 이를 한 사회적 이념으로 설정하며 추구하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로 삼는다면, 따라서 이에 대한 이해를 우리의 공동체 내에서 넓히고 깊히고자 할 경우엔 어느 정도 이 평등이란 단어를 개념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나 봅니다. 

그래 오늘은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어찌 보았는가 짧게 말씀드립니다: 
우선 이네들은 질문을 >평등은 무엇인가?< 하며 던지지 않고 >평등은 과연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하며 던집니다. 작지 않은 차이지요. 첫 질문은 평등의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인 반면 두 번째 질문은 평등을 결정짓는 조건들에 대한 알고자 함이기 때문이지요. (철학함에 있어 어떠한 질문을 던지느냐 함은 사뭇 중요한 작업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답을 찾기 보다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전체 철학함의 대강적 방향을 결정지으니 말이죠.) >

그럼 답은? 크게 보아 다음의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하나, 자연적 평등 
이는 평등의 근거를 자연적인 상태에서 찾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이 님한테 남들보다 더 강한 힘과 주었다 하면 그에 맞는 특권을 누림은 평등함에 걸맞다는 주장이죠. 여기에 허나 어쩌면 이의 실현에 따르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의심해 봅니다. 차이를 인정하자는 주장이 엇비슷하니 말이죠. 달리 말하자면 이런 모든 차이를 인정하고도 가능할 수 있는 평등의 이념 실천에 필수불가결한 잣대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가는 자칫 소수 집권 세력의 평등 놀음 논리로 타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지요. 
둘, 사회적 평등 
이는 평등의 근거를 사회적 규범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 무리의 어떤 이는 바로 위의 그 집권 세력의 평등론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연적 평등이란 다름 아닌 집권층의 권력 유지 수단일 따름이며 따라서 이는 엄밀히 따지면 자연적 평등이 아니라 사회적 평등이라 주장합니다. 나아가 이리 보매 평등 그 자체를 버려야 하며 오히려 불평등해야 함을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반면 어떤 이는 이러한 과격한 입장과는 거리들 두며 우리가 사회적 계약을 통한 모든 계약 참가자들의 평등 추구는 충분한 의의가 있다 주장하지요. 이는 어쩌면 근대의 홉즈가 주장하는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소위 법적 내지는 국가 실용론과 상응하는 생각인 듯 싶습니다. 

이러한 철학사적 고찰이 우리가 평등이란 개념을 이해함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는 저 자신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해는 되지 않는다는 한가닥 희망줄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감히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