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방

영화와 연극

서동철 2010. 11. 4. 17:40

성 님, 

님이 주신 아프리카 토속품에 대한 느낌의 말씀, 제 경험을 통해 확인 시켜 드립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두어 군데 상설로 전시되어 있는 곳이 있는데, 가끔씩 자전거 타고 가 한참을 물끄러니 즐긴답니다. 

그리고 
하나, 인터넷 문화 
님이 공감하시듯, 이에 대해 우리는 진지한 마음으로 생각을 모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말씀드리는 것 자체가 너무 늦었다 볼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이 곳 독일 언어 예술계(저는 문학이라는 말을 별스럽게 싫어합니다. 學이 아니지요. 문학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 Literaturwissenschaft - 우리가 통상 말하는 문학은 언어의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언어의 예술이죠)에서는 이미 인터넷(만)을 위한 작품이 몇 년이래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이 기대만큼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새로운 '기술 개념'에 대한 좀 더 깊은 공부를 저 또한 하고자 합니다. 

둘, 영화 
오래 전에 소련 영화가 보여 주었던 그런 성격과 지금의 헐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것과의 엄청난 차이를 볼 때, 저는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예술성에 회의를 품습니다. 아니 최소한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는 진짜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지요. 그 무의미한 폭력, 사람 하나 죽는 장면을 새앙쥐, 아니 개미 한 마리 죽는 것과 비교될 정도니 가끔씩 TV에서 보일 때마다 저 진짜 문자 그대로 치를 떱니다. 그외 뭐 영화 내용의 미 제국화, 특히 펜타곤과 헐리우드의 매우 밀접한 장사 관계 등등을 생각할 때 이에 굳이 내가 극장에 가 관람을 함으로써 뒷받침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물론 이와는 다른 영화들도 있죠. 오래 전에 보았던 터어키 영화 YOL이 기억나네요. 그리고 제가 가끔씩 뿅~ 갔던 프랑스 영화들. Lynch도 괜찮고 - Lost Highway의 Rammstein 때문인가?^^* - 허나 무엇보다도 영국 감독 Ken Loach의 작품들은 우리 시대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는 작품들이라 여깁니다. 

셋, 연극 
이와는 또 다른 이유로 저는 연극에 애착을 느낍니다. 몇 몇 이유 중에 한 가지는 연극 배우라는 예술가들과 나라는 관람객이 공동 마당에서 같이 숨쉰다는 데에 대한 매력입니다. 영화의 화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호 소통감이죠. 특히 이런 느낌은 소극장에서 더 잘 느끼고요. 물론 제가 오래 전에 즐겼던 우리의 마당극만큼이야 하겠습니까마는. 

예를 들어 Brecht의 소위 서사극의 생동성을 이에 꼽고 싶네요. 즉 전통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보다는 자기가 사는 현실에서의 소외감을 자아내어 바로 그 현실에 대한 적당한 거리감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비판의 길에 접어드는 길을 트는 작업이라고나 할까요. 뭐 꼭 이런 류의 생동감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 봅니다. 아니면 남미의 아우구스트 보알의 소위 '거리 연극' 또한 생각해 보고 싶고요. 

그 외에 연극이 주는 매력이라면, 무대 공간이 주는 단순함, 그 생략의 힘이라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제 사랑하는 Beckett의 'Godot를 기다리며'에서 무대 공간에 심어진 나무 한 그루의 그 상징적 힘, 뭐 그런 게 저를 매료시키죠. 

글구, 이 연극 배우들,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들이예요^^. 제가 한번은 여름 방학 때 우체국에서 막노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같이 땀 뻘뻘 흘리며 보따리들을 같이 들고 날랐던 한 독일 친구가 연극 배우라 하더군요. 그래 이런 일을 꼭 해야 하느냐 물었더만, 시즌일 때는 베를린, 파리 등등 왔다 갔다 하며 조그만 역할을 받아 그걸로 먹고 살수는 있으나, 그 때같이 비시즌 때는 그런 수입이 없어 막노동이라도 해야 먹고 산다 하더군요. 그래도 좋아서 한데요. 이 점만큼은 저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영화 배우들과 비교함 자체가 우습지요. 그래 관람비가 영화보다 좀 비싸더라도 먹는 걸 아껴서라도 작품을 엄선해서 가끔씩 관람하고 있습니다. 

부연의 말씀 드리자면, 영화와 연극을 앞에 두고 볼 때, 수용자의 입장에서 어쩌면 영화가 입장료도 싸고, 그 기술적인 면에 힘입어 일반 대중성에 있어서는 연극보다 앞선다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연극이 주는 생동감,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소통이 자아내는 그 아우라 면에서는 영화가 줄 수 없는 어떤 예술적인 쾌감을 준다 봅니다. 영화라는 생산 작품들의 뒤에 숨어 있는 자본, 상업성, 정치적 악용성 등등을 일단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쌀쌀함에 건강 유념하시고, 
즐겁고 향긋한 하루하루 맞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