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짜장면은 한국음식

서동철 2010. 10. 29. 18:26
감싸고 있던 의문이 풀렸다. 혹시 짜장면이 중국음식점에서 판다고 해서 꼭 중국음식이란 법이 어딨냐, 오히려 우리 한국사람들이 그리 미치도록 즐겨 먹으니 원래부터 한국음식이 아닐까 하며 나의 예리한 촉각과 味覺을 곧추 세우고 있었는데, 오늘 하릴없이 인터넷 신문들을 뒤적거렸더만 한겨레의 원펀치가 내 속을 시원스레 뚫어버린 게다. 역사적인 검증이 되어버린 셈이니 말이다.

인천이 그 발상지란다. 건물 이름은 공화춘(共和春), 1905년 건립된 이층 건물인데, 최근 인천시는 이를 문화재로 선정해 관리 보관하기로 결정했단다. 아주 아주 기쁜 소식이다. 그래 기뻐 엉겁결에 그 기사를 옮기고 공화춘 건물 사진도 아울러 선보인다.

아, 심심한 사람 또 나보고 왜 짜장면이라 거세게 발음하느냐, 표준말로 엄연히 자장면이다 우리 사람 국어순화운동 하자 해 할까 지레 두려워 내 오래 전에 '길벗카페'에 올렸던 이와 관련된 글을 사전 방패격으로 내세운다:
짜 장 면
또 먹는 얘기다. 남는 게 먹는 거라고. 근데 먹는 얘기 한다고 먹는 거는 아닌데 생각드니 쫌 거시기하다. 그래도 남아가 칼을 한번 뽑았으니 어쩌랴.
안다. 국어학자들 아우성 치리라.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여. 한자로 자醬麵(자 字는 뒷받침이 안 돼니 패스). 중국 된장 자장에 비빈 국수란 뜻이다.
난 그래도, 이미 만천하에 밝혔듯, 짜장면을 고집한다. 이유론 우선 내 성질이 못되 고집불통이고, 입에 벤 것 함부로 못고친다, 둘째론 허나 짜장면 맛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번씩 자장면 하고 불러 보시라. 짜장면 먹다 면맛 떨어질 소리다. 이는 허나 '자'와 '짜'의 독립된 음가라기 보다는 습관적 음가 - 아 씨바 이런 것도 있나 몰겄다 - 라고나 할까? 엄니 뱃 속에 있을 때부터 난 짜장면 소릴 들었으면 들었지 자장면 소리 한번도 들은 적도 없고 물론 내지른 적도 없다. 머 얼라들 재우냐 자장 자장 하게.
무쟈게 많이 먹었다. 심심하면 짜장면이었으니까. 중삼 때였던가, 내 대가리에 털나고 첨으로 담배 꼬나물었을 때 그 장소 역시 서울의 한 으슥한 골목에 붙어있던 학교 앞 짜장면 집이었다. (아 그 때, 어지러워 혼 났었다) 간짜장 먹는 사람들 보며 간짜장 먹느니 (맨)짜장 곱빼기 시켜 먹지 하며 씨익 웃던 때. 삼선짜장은 있는지도 몰랐을 때다. 어릴 땐 반찬으로 나왔던 닭광과 양파 중 닭광만 먹다 언제부터인가 양파의 맛 또한 즐겼던 기억. 시커먼 된장에 찍어 먹던 그 양파. 크.
허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건 군대에 있을 때 왜 그리 짜장면 먹고 싶어 환장을 했었는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철책 근무에(나 최전방으로 빠졌었다 씨바) 힘들게 민가로 빠져 나왔다 하면 젤 먼저 찾았던 게 바로 짜장면이었다. 라면이야 군대 내에서도 일요 급식으로 나왔는데 왜 짜장면이 안나왔었는지. 근데 나만 그런 줄 알았더만 아새끼들 다 그렇다 하더만. 참, 그 때 무식하게 쳐먹었다. 물론 빼갈도 한 몫 거들었다.
이 후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 독일 땅에 발을 붙이고 나서 언젠가 또 이 망할 아니 흥할 넘의 짜장면이 다시금 그리워졌다. 근데 아 씨바 이 뮌헨엔 짜장면 파는 집이 없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한번은 이 곳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 달라 했더만 뭔지 통 이해를 못하더라. 그때 아 이건 중국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중국的 음식임을 깨달았다. 어떤 이는 그래 이 짜장면이 하도 그리워 프랑크푸르트에 짜장면 맛있게 말아 파는 집이 있다는 소문 듣고 거까지 기어올라갔다왔다고 내보고 자랑스레이 떠벌리더만. 그래 속으로, 시끼 대단하다, 근데 난 그 시간에 공부하련다, 내가 여까지 짜장면 먹으로 왔냐 공부하러 왔지,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과 유학 생활의 외로움이 몰고오는 마음의 쓰라림을 나는 공부로써 달래련다 하는 배포로 대항했었다.
그 다음 날 허나 한국 식품점에 쪼르륵 달려가 짜파게티 사서 해 먹으며 다시 한번 씨익 웃곤 했었다. 물론 혼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기숙사 부엌 한 구석에서.
이쯤 해 두자.
크.

그리고 그 약속한 기사 부분:



"자장면 발상지로 알려진 인천시 중구 선린동 중국음식점 ‘공화춘’ 등 인천지역의 근대 건축물 4곳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

공화춘(근대문화재 제246호)은 1905년 건립된 2층 건물로, 전체적인 건물형태가 ‘목(目)’자형으로 각각 연결된 건축물 사이에는 중정이라 부르는 뜰이 있어 당시 청(淸)조계지의 건축특성을 잘 보여준다. 한국식 자장면의 발상지로 알려진 공화춘은 주변의 근대건축물과 연계해 자장면 박물관, 근대 건축박물관 등 테마박물관으로 쓰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