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경봉과 한용운의 문답

서동철 2010. 8. 16. 23:49
경봉과 한용운의 尋牛를 둘러 싼 문답을 전해 드립니다. 경봉의 기록입니다.
한용운은 자신의 만년 칩거소를 바로 심우장(尋牛莊)이라 불렀지요.

우선 경봉의 편지(I: 한문은 생략하고 석명정의 옮긴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이에 대한 한용운의 답시(II: 제가 감히 한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봉의 쪽글(III) 순입니다:


I.
심우장 목부 화상과 달밤의 문답

경성부 성북정 222번지에 초가집이 한 칸 있으니 한용운 화상이 수도하는 곳이다. 집 이름은 '심우장'이라 하고 화상의 호를 목부(牧夫)라 하기에 내가 말하기를
"심우장 목부 화상이여, 어느 날 어느 때에 소를 잃었는가. 호를 목부라 하였으니 소를 얻어 기르는 것이 분명한데 집을 심우장이라 하였으니 소를 잃은 것도 분명하구나. 만약 본래 잃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소를 찾는다 하며, 또 만약 소를 잃었다면 어떻게 소를 먹인다 할 수 있겠는가. 심우장 목부 화상이여, 바로 이러한 때를 당해서 지금 소를 찾고 있는가, 소를 먹이고 있는가, 소를 찾고 먹이는 것을 함께 잊었는가. 심우장 목부 화상이여, 삼각산이 높고 높아 첩첩하여 높은 봉우리는 높고, 낮은 봉우리는 낮아 바람은 소슬하고 물은 차디 찬데 알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일구를 보내주십시오."


II.
韓龍雲和尙答之曰(한용운화상답지왈)

毛角曾未生(모각증미생)
何有得與喪(하유득여상)
牧牛還多事(목우환다사)
漫築尋牛莊(만축심우장)


한용운 화상이 답하건대,

털과 뿔이 아직 나지 않았으니
어찌 얻고 잃음이 있겠는가
목부가 갚아야 할 일이 많으니
내 함부로 심우장을 지었노라

III.
余 答曰

牧夫多役事(목부다역사)
司賞一杯茶(사상일배다)

천(漸+耳)



내 답하기를,

목부가 일이 많다 하니
차 한잔 올립니다

저것을


님들 모두
부디
心牛를 찾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