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이야기

Watzmann(2713m)

서동철 2010. 3. 11. 18:31


Caspar David Friedrich: Der Watzmann,

um 1824-1825. Öl auf Leinwand,

133 × 170 cm. Berlin, Alte Nationalgalerie.


독일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 쭉슈핏쩨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좀 비싸긴 하나 그래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거의 3000m에 가까운 알프스의 한 꼭대기 위에 설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면 쓴 돈이 속 쓰릴 정도로 아깝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덧붙여 이 지역은 독일 연방정부나 바이에른 주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중교통등 기간산업이 무척 잘 정비되어 있는 관광지역이니 세계 방방곡곡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쭉슈핏쩨 동네에서 휴가를 즐기고자 몰린다.

 

독일에서 둘째로 높은 꼭대기는 밧쯔만이다. 뮌헨에서 차를 타고 오스트리아의 잘쯔부르크를 향해 남동쪽으로 달리다 국경 바로 못 미쳐 남쪽으로 틀어 내려가면 쾨니히스제라고 썩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데, 바로 이 호수 옆에 우뚝 서 있는 돌덩이가 밧쯔만이다. 베르흐테스가덴이라 불리는 이 지역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모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근데 이 밧쯔만은 쭉슈핏쩨와는 달리 독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케이블카 설치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기계 설치로 인한 자연훼손을 방지하는 뜻이다. 국립공원이라는 자리매김 이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자 하는 장사꾼들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자연보호자들의 반대가 거세어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후 국립공원이라는 법적 장치를 통해 관리되고 또한 보호되고 있다.

 

그런데, 케이블카가 없어도 이 산에 오르는 산행은 많은 사람들의 땀과 기쁨으로 얼룩져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날씨 좋은 주말엔 1930m 높이에 위치한 산장 밧쯔만하우스가 등산객으로 꽉 차 잠자리 구하기가 힘들 정도다. 주인장은 산 밑 호숫가 옆 동네 사람인데, 친절하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옆에 서 있기만 해도 훈훈한 멋이 감도는 그런 사람 말이다.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따지자면 일반음식점과의 비교가 어울릴까 고개를 갸웃한다만, 정성이 담긴 음식임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값은 꽤 센 편이지만 그 높이에 수송하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점이다. 산장 내에서는 등산화를 벗고 실내화를 신도록 규정되어 있다. 청소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도 무거운 신발로 왔다 갔다 하면 시끄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잠자리에 들려면 각자 들고 간 침낭이나 산장침대보를 이용한다. 일반호텔 마냥 매일 빨아 서비스 하기엔 인건비나 장소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 자기와 무엇보다도 남을 위한 위생상의 배려에서다. 산 위에서 만들어진 쓰레기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때 내지는 땟국물을 고스란히 스스로 짊어지고 산 밑으로 내려간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이 밧쯔만하우스 바로 앞에 우뚝 서 있는 산이 호흐엑크다. 밧쯔만 줄기는 세 꼭대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가장 낮은(2651m) 꼭대기다. 가장 높은 꼭대기는 가운데 있는 밋텔슈핏쩨(2713m)다. 가장 남쪽에 위치해 꽤 힘든 하산길을 주도하는 꼭대기가 쥐드슈핏쩨(2712m). 이 세 꼭대기들을 때론 안전자일의 도움을 받아 차례로  밟고 지나며 무지 가파른 하산길을 통해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통상 10시간 정도 잡는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 삼키로 정도의 마실 물은 챙겨야 한다는 염려의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코스, 독일말로 Watzmannüberschreitung이라 불리는 길인데, 전체 알프스 고전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단지 그렇다고 무턱대고 덤볐다간 큰 코 다치든가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으니 기본체력과 어느 정도의 알프스 경험을 그 도전의 전제로 삼고 있다. 산장에서 첫 꼭대기까지는 허나 아이들과 함께 오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밧쯔만에 들어서면 산신령의 품 속에 안기는 포근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