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서쪽 끝자락의 살림살이
김형,
라인홀드 메스너(Reinhold Messner) 아시죠? 이탈리아 북부의 남부티롤 사람으로 세계 14개의 8000m 이상 되는 산들을 산소통 없이 몽땅 정복한 유일한 산사람. 이 사람이 알프스 전체를 소개하는 TV 필름을 봤습니다. 삼부작인데 오늘은 그 첫부분으로서 알프스 서쪽 자락 끝 모나코부터 몽블랑 산 꼭대기까지의 알프스 지역 살림살이를 소개하는 모습이더군요.
몰랐던 사실은 알프스 서쪽 자락 끝부분, 즉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계지방에는 이 곳 저 곳 황폐해져 가는 산악농가들의 생기고 있으며 원주민들이 하나 둘씩 살던 고장을 떠나는 추세는 여적 계속 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얼추 10여년 전부터 부쩍 심해진 멧돼지나 여우, 늑대등 야생동물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져가니 그나마 그 곳에 남아 농사를 짓는 알프스 산악농부들에게 이만 저만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한 농부의 푸념을 들을 수 있었지요.
오늘의 마지막 장면은 허나 유럽에서 최고 높은 곳,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꼭대기였습니다. 메스너 혼자 터벅터벅 올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물론 이 양반한테는 내가 마치 집 앞의 올림픽 공원에 있는 인공산 꼭대기로 조깅하는 정도일 겝니다. 전에도 한번 말씀드렸는데, 조만간 우리 한번 함께 몽블랑을 올라가는 계획을 그리고 있습니다. 안내자 없이도 김형과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점쳐 봅니다.
알프스를 직접 겪으며 산행이 때론 얼마나 위험한지를 직접 겪고 이에 따라 산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다니며 그 어려움에 나 자신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나와 산이라는 자연과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꾸로 자연이 내게 맞추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말이지요. 이러한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우리 주위의 자연은 바로 우리를 위해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엄청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또 실상 받고 있다 여깁니다. 마냥 멀리서 바라보며 오호 하는 감탄사를 연발함을 통해서는 이러한 조화에 필수적인 경외심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연초에 향긋한 하루하루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